당뇨로 인한 만성신부전증 환자인 송옥희(마리아·58·수원 송현본당)씨는 당뇨합병증으로 온 몸이 성한 데가 없다. 복용하는 알약만 해도 하루에 40알이 넘는다. 치료시기를 놓쳐 왼쪽 발가락 4개를 절단한 이후로는 지팡이나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잘 걷지 못한다. 4년 전 왼쪽 다리에 ‘스텐트 삽입술’이란 혈관확장수술을 받고 나서는 시도 때도 없이 다리가 저려온다.
합병증은 무서운 속도로 송씨의 몸을 망가뜨렸다. 눈이 침침해 안과에 갔을 땐 오른쪽 눈이 실명이라는 판정을 받아야만 했다. 심지어 밥을 먹다가 갑자기 이빨이 쑥쑥 빠지기도 했다.
절망스런 상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혈액투석을 하기 위해 왼쪽 팔에 인조혈관 삽입수술을 했지만 수술은 실패했다. 결국 심장 가까이 있는 가슴 부위에 인조혈관을 삽입했다. 매주 3번 혈액투석을 위한 바늘이 가슴을 찌를 때마다 송씨는 정신이 아득해지지만 딸들을 생각하며 고통을 삼킨다.
17년 전 남편이 사업실패로 스스로 목숨을 끊자, 집은 경매로 넘어갔고 송씨 모녀는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다. 같은 해 송씨는 당뇨판정을 받았지만 제때에 의사의 처방을 따르지 못했다. 부지런히 병원을 다닐 시간도, 그럴 돈도 없었다. 어린 두 딸을 먹여 살리는 일이 더 시급했다. 악착 같이 일하며 딸들을 겨우 고등학생으로 키워냈지만, 송씨의 몸은 그만큼 나빠졌다.
벼랑 끝에 몰려 갖은 고통을 겪었던 송씨가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딸들을 향한 사랑과 기도 덕분이었다. 지난 4월 막내딸 정혜(17)가 학교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려져 중환자실에 실려 갔을 때도, 의사로부터 딸이 죽을 수 있다는 통지를 받았을 때도 송씨는 희망을 잃지 않고 주님께 매달렸다.
“하느님, 제발 정혜를 살려주세요. 불구가 되어도 좋으니 제발 정혜 목숨만이라도 살려주세요.”
송씨의 부르짖음을 주님께서 들어주셔서일까, 정혜의 의식은 돌아왔지만 제1형 당뇨성 케톤산증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나날이 늘어나는 병원비, 입원비, 약값은 매달 정부보조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지불한다. 주인 할머니 집에 얹혀살며 매달 집세와 수도세를 내고 나면 식이요법과 같은 치료는 꿈도 꾸지 못한다. 게다가 예전 수술비와 진료비로 늘어난 빚을 생각하면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저는 아무래도 괜찮아요. 아이들만이라도 안 아프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모진 고통에도 누굴 탓할 줄 모르는 송씨의 말에 간절함이 배어있다.
※성금계좌※
우리은행 702-04-107881
농협 703-01-360446
국민은행 801301-01-584914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