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부터 1992년까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학 시절을 보냈던 김정우 신부(대구관구 대신학원장)는 당시 빈 숲속에 있는 베네딕도수녀원(Benediktinerinnen der Anbetung)에서 ‘미사 드려주는 신부’(Hauspriester)로 지냈다. 자연스럽게 기회 있을 때마다 다른 수도원들을 견학하고 방문할 수 있었다. 방학 때는 다른 수도원에서 살기도 했다. 책으로만 알고 익혔던 수도원 모습과 영성을 곁에서 공부하고 배울 수 있는 시기였다. 수도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유럽교회, ‘수도원을 알면 유럽교회가 보인다’는 이치를 깨달았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가톨릭신문의 ‘가톨릭 정통 영성을 찾아서 – 유럽수도원 순례’는 김 신부의 그러한 배경이 계기가 됐다. 이후 지난 7월까지 10차례 순례가 진행되는 동안 신자들의 높은 관심과 호응이 이어졌다. ‘영성 부재’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한국교회 안에서 ‘교회의 허파’라 할 수 있는 수도원 영성을 체험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삶을 어떻게 뿌리내리며 살아야 할지 체험하고 공감대를 넓히는 자리였다.
첫회부터 줄곧 순례일정 기획과 지도에 참여했던 김 신부는 최근 제10차 여정을 마쳤다. “유럽교회의 정체성, 그리스도교 신앙과 영성의 뿌리는 무엇인지 살펴보는 시간을 통해 오늘날 그리스도교의 힘이 무엇인지 체험하는 시간이었다”고 그간의 순례 의미를 밝힌 김 신부는 “성지순례라는 이름하에 상업적 테마로 진행되는 순례가 빈번한 상황에서 신자들에게 진정한 신앙의 유산을 나눈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김 신부는 그동안 다양한 테마의 프로그램으로 유럽수도원의 영성을 나눴다. 수도생활 역사 안에서 그 영성의 뿌리를 찾는 작업에서부터, 베네딕도회, 가르멜회, 이냐시오회 등 수도생활 역사에 영향을 미친 수도회들의 근원지를 찾는 작업이 이어졌다. 아울러 한국교회에 진출한 주요 수도회들의 모원을 순례하는 여정과 함께 영국·스코틀랜드교회를 찾아 갈라진 교회의 역사, 그 안의 빛바랜 수도원 역사를 마주하기도 했다. 이번 10차 순례는 특별히 동방교회 수도원들을 찾아 나선 시간이었다. 그리스, 불가리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등지를 방문했다.
10여 일씩 진행되는 순례 여정에서 수도원 방문은 통상 10곳 정도가 된다. 그런 일정을 감안하면, 10차례 순례동안 100개 정도의 수도원을 돌아본 셈이다.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순례한 수도원도 여러 곳이다. 영화 ‘위대한 침묵’ 에 소개됐던 프랑스 카르투지오 수도원이 대표적이다. 특히 동방정교회 수도원 대부분은 한국인들에게 처녀지였다. 그 같은 순례지 선정은 김 신부의 꼼꼼한 사전 준비에서 비롯됐다.
수도원 순례를 처음 나서는 이들에게 ‘로마 - 몬테카시노 - 수비아코’ 등으로 이어지는 서방교회 수도원 발상지 코스와 ‘수도원 국가’로 불릴 만큼 다수의 수도원을 보유하고 있는 오스트리아교회 방문을 권한 김 신부. 앞으로 ‘잃어버린 수도원’이라 할 수 있는 북유럽교회 수도원 흔적을 찾아보는 일정을 계획 중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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