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이 되기만을 기다리며 군생활 하는 병사들이 있다. ‘청년 성서모임’에 나오는 병사들 이야기다.
수도방위사령부 방패본당(주임 김상현 신부) 병사 5명은 1~7월 6개월 간 청년 성서모임 창세기 과정을 끝내고 7월 31일~8월 3일 용인 성심교육원에서 3박4일 창세기 연수를 마쳤다. 이에 앞서 방패본당 소속 광명 육군 제52사단 화살성당에서 신앙생활하는 병사 10명은 지난해 6~12월 창세기 청년 성서모임을 마치고 의정부 한마음수련원으로 먼저 연수를 다녀왔다.
병사들이 20개월 군복무하는 동안 주일에 성당에 나와 미사를 드리는 것만도 대견한 일인데, 매주 6개월 과정의 청년 성서모임에 참가한 일은 범상치 않다. 군종교구 본당에서 병사들이 청년 성서모임을 만든 예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방패본당·화살성당 청년 성서모임은 봉사자 오유정(크리스티나·서울 대치동본당)씨로부터 그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오유정 교사는 대학 재학 중 2003년 세례를 받았다. 세례 후 신앙을 이끌어 주는 이가 없다 보니 신앙에 대한 확신이 없던 가운데 학교 중앙도서관에 붙은 청년 성서모임 모집 공고를 우연히 접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2005년 청년 성서모임과 첫 인연을 맺고 대학 졸업 전 창세기와 탈출기 과정을 공부했다.
오 교사에게 청년 성서모임은 ‘신앙의 재발견’이었다. 하느님이 누구인지를 알게 됐고 신앙에 대한 뚜렷한 목적의식도 지니게 됐다. 가족과 나를 둘러싼 환경의 소중함을 발견하면서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던 성격도 적극적이며 행동적으로 바뀌어갔다.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와 교직 생활로 청년 성서모임을 잠시 떠나 있다가 2011년 본당 주보 공지에 마르코 과정 모집 공고를 보고 다시 연수를 받으며 청년 성서모임과의 인연의 끈을 이어갔다. 마르코 연수에서 “하느님의 큰 은총인 봉사자를 아직까지 안 했다면 부끄러운 일”이라는 연수 지도신부의 말을 듣고 ‘나도 봉사자를 해야겠다’는 어렴풋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내가 봉사자를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앞서 선뜻 나서지 못했다.
2011년 뒤늦게 견진성사를 받은 오 교사는 대치동본당 주임 김철호 신부로부터 “각자의 성향에 맞는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라”는 ‘반강제적’ 권유를 받고 드디어 청년 성서모임 봉사자로 활동할 것을 결심, 2012년 1년 동안 창세기와 탈출기 과정 봉사를 맡았다. 이 때 봉사에 대한 욕심이 생겨 성경에 대한 지식을 넓히기 위해 대치동본당 ‘성서 100주간’에 가입했다.
성서 100주간 봉사자였던 군종교구 군선교단 최봉상(안셀모) 선교사와의 만남이 결국 군 병사들만의 청년 성서모임 결성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최봉상 선교사는 52사단 화살성당에서 혼자 힘들게 군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사정을 성서 100주간을 듣던 오 교사와 박윤희(보나)씨에게 얘기하고 “화살성당에서 나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최 선교사는 화살성당에서 예비자 교리를 맡아 한 달에 10명 정도를 세례시키는 일을 혼자 도맡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 교사와 박윤희씨는 그때부터 주일마다 화살성당을 찾아가 병사들의 출석체크와 세례명 정해주기, 간식 나눠주기 등을 도우며 처음으로 군 선교 현장에 동참했다. 당시 수도방위사령부와 52사단 담당 최장민 신부는 두 사람이 청년 성서 연수 봉사자 자격이 있는데다 병사들을 위해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눈여겨 보고 “군인들 성서모임을 만들자. 참가자는 내가 모아주겠다”고 제안했다.
예상을 깨고 15명의 군인이 성서모임 참가를 신청했다. 웬만한 서울시내 본당 이상의 참여율이었다. 근무여건 상 시간을 맞추지 못해 이중 5명이 부득이 참가를 못하고 10명이 두 팀으로 분반해 지난해 6~12월 창세기 과정을 밟았다. 이들 10명은 한 명도 중도 포기자 없이 창세기 연수를 무사히 마쳤다. 특히 전역 후 신학교 입학을 꿈꾸는 권강무(볼루시아노) 일병과 다음달 전역하는 한세현(요한) 병장은 “부대에서 연수를 안 보내주면 휴가를 내서라도 다녀오겠다”고 할 정도로 열의가 뜨거웠다.
52사단 화살성당 청년 성서모임 소식을 들은 수방사 군종병 황범중(요한 세례자, 수원가톨릭대 신학생) 병장은 지난해 8월 오 교사에게 “방패본당에도 청년 성서모임을 만들 테니 지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방사 병사 5명이 모여 올 1~7월 창세기 청년 성서모임을 열었고 오 교사가 봉사자로 수방사 병사들을 지도하게 되면서 52사단은 박윤희씨, 수방사는 오 교사 책임 하에 병사들의 성서모임이 계속되고 있다.
오 교사는 연수 마지막 날 병사들에게 알리지 않고 연수 장소에 장미꽃을 들고 깜짝 등장, 감동을 던져주며 병사들의 뜨거운 포옹을 받기도 했다.
10일 오후 1시 방패본당 교육실에서는 창세기 연수를 다녀온 병사들과 오 교사가 ‘아가페 나눔’을 가졌다. 연수에서 받은 감동을 나누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병사들은 한결같이 “하느님 은혜에 감사해 많이 울었고 탈출기 과정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 교사는 “군인들이다 보니 주일에도 근무를 서야 해서 어느 주에는 딱 1명만 성서모임에 나온 경우도 있었다”며 “병사들이 ‘선생님, 주일만 기다려요’라고 말할 때 사명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군복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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