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김성태 신부, 이하 연구소)가 17일로 설립 50주년을 맞는다. 반세기 전인 1964년 8월 17일 교회사 연구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구내 가르멜수녀원 건물에서 고(故) 최석우 몬시뇰(1922~2009)을 초대 소장으로 설립된 연구소는 이후 50년 동안 고난과 역경, 성장과 발전을 거치며 교회사 연구를 하나의 학문 분야로 정립했다.
연구소의 역사는 2001년까지 37년간 소장으로 재임했던 최석우 몬시뇰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 간다. 연구소는 사무실 이전에 따라 혜화동시대-절두산시대-유랑기-합정동·광화문시대-명동시대-저동시대로 구분할 수 있지만 명동 시대 이전에는 연구소 직원은 사실상 최석우 몬시뇰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연구소 소재지별로 본 시대 구분
제1기 혜화동시대(1964~1967)는 연구소의 시작 시기로 교회사 자료 수집을 바탕으로 연구의 기초를 닦았다. 절두산 소재 한국 순교자 기념관으로 사무실을 옮긴 제2기 절두산시대(1967~1970)는 발전의 모색과 좌절이 동시에 교차하던 시기다. 최 몬시뇰이 1970년 1월 가회동본당 주임 발령에 이어 1971년 6월 명동본당 주임, 1972년 9월 삼각지본당 주임으로 본당 사목을 요청받으면서 연구소의 활동은 위축돼 수집한 교회사 사료 보존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 몬시뇰이 본당 사목을 담당하던 시절은 제3기 유랑기(1970~1975)로 연구소 건물도 따로 없던 시련의 시간이었지만 최 몬시뇰은 수집 사료 공개와 자료집 간행을 멈추지 않았다.
제4기 합정동·광화문시대(1975~1986)는 제2의 설립과 정착 시기로서 1975년 6월 연구소는 사무실을 합정동으로 이전하면서 독립된 연구 기관으로 거듭났다. 최 몬시뇰이 연구소 전담 신부로 임명된 것도 이 때다. 1981년 3월에는 광화문(신문로)에 연구소 편찬실이 신설돼 성장의 물적 기반이 마련됐다. 제5기 명동시대(1986~2002)는 사무실을 명동 가톨릭회관으로 이전해 연구소의 잦은 이전을 마감하고 안정 속에 발전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었다. 제6기 현 저동시대(2002년 11월~현재)는 지난 50년 간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변화와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교회사연구소 어떤 기여했나
연구소가 교회사 연구에 끼친 기여는 연구소의 역사가 곧 한국교회 교회사 연구의 역사라고 봐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다방면에 걸쳐 있어 일일이 열거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교회사의 저변확대와 대중화를 들 수 있다. 최 몬시뇰과 함께 연구소 설립의 또 다른 주역인 연구소 고문 이원순 박사는 “최 몬시뇰이 개인적 차원의 교회사 연구를 넘어 ‘집체적’ 연구를 추구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하고 한국교회사연구소를 설립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연구소 설립 직후 첫 사업으로 한국순교자현양회 및 명동성당 지하 문서고 소장 자료를 인수해 ‘한국 교회사 사료 전시회’를 개최한 것을 비롯 1975년 교회사 강습회, 1988년 공개대학 실시와 각종 심포지엄과 세미나 개최도 모두 교회사의 저변 확대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1991년 발족한 ‘한국교회사연구동인회’도 평신도들에게 교회사 연구 참여 기회를 제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전국 각 교구의 교회사연구기관 설립 역시 한국교회사연구소가 ‘맏형’으로서 그 자양분을 공급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출판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교회사 연구의 텍스트로 여겨지는 달레 신부의 「한국천주교회사」 전3권 역주·간행(1980), 한국교회 최초 「한국가톨릭대사전」 편찬(1985), 「한국가톨릭대사전」 전12권 완간(2006), 「뮈텔주교 일기」 전8권 완간(2009), 통사 「한국천주교회사」 제5권 발행(2014년 5월, 차후 6권 완간 예정) 등을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다. 이 외에도 1966년 황사영의 ‘백서’를 시작으로 올해 제28집 「성년광익」까지의 한국교회사 연구자료 발간, 1975년 9월 창간호를 낸 월간지 「교회와 역사」, 1977년부터 교회사 연구진들의 연구 논문을 게재해 온 「교회사연구」 등 정기 간행물 발행도 연구소의 중요 업적이다. 연구소의 지칠 줄 모르는 출판사업은 교회사 연구가 사목적 의도에 좌우돼서는 안 되며 실증적이어야 한다는 최 몬시뇰의 철학과도 맥을 같이 한다.
▲연구소는 연구진 양성의 산실 역할도 담당했다. 양업교회사연구소 차기진 소장, 한국학중앙연구원 조현범 교수, 전주대 서종태 교수, 서강대 최기영 교수, 덕성여대 원재연 교수 등이 모두 연구소를 거쳐간 인물들이다.
연구소가 최 몬시뇰의 호를 딴 ‘성농장학회’를 1997년 설립해 새로운 연구자를 육성하고 기존 연구자들에게도 학술연구비를 지원(2004)하는 것도 교회사 연구의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교회사연구소 향후 과제
연구소는 교회사의 저변확대와 대중화에 기여했지만 아직도 본당 단위까지 교회사에 대한 관심을 뿌리내리게 하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소도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설립 50주년을 맞아 서울대교구 교구청 부서와 연계해 본당 예비신자 교리와 주일학교 교과 과정에 교회사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분량의 교회사 사료들은 이미 일반에 공개되고 외부 연구기관에도 제공되고 있지만 온라인상으로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사료의 디지털화를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돼 재원과 인력 마련이 연구소가 해결해야 할 우선적인 과제이다. 연구소는 특히 명동성당 지하실에서 발견된 ‘뮈텔문서’의 번역과 간행, 디지털화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최 몬시뇰이 끝내 찾지 못한 정약용의 「조선복음전래사」와 「다블뤼 주교 비망기」 원본을 찾는 일 역시 연구소의 의무 중 하나다. 최 몬시뇰은 두 문서가 한국교회의 기원을 밝혀줄 것이라면서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누누히 강조했었다.
50주년 행사 어떻게 진행되나
연구소는 설립 50주년 기념식을 20일 오후 5시 명동성당 문화관 꼬스트홀에서 개최한다. 20~26일 명동 평화화랑에서 열리는 기념 전시회는 제1장 사진으로 보는 교회사연구소, 제2장 연구소가 출판한 잡지 및 간행도서, 제3장 연구소 소장 자료, 제4장 최석우 몬시뇰 영상 등 4개 장으로 구성된다. 기념 전시회에는 「여지도서」와 ‘뮈텔문서’ 일부가 최초 공개돼 관심을 끈다.
연구소는 50주년 기념행사일에 맞춰 50주년 기념 논총 「천국천주교사 연구의 성찰과 전망」과 「한국교회사연구소 50년사」, 「도서 목록」(1964~2014) 등도 발간하기 위해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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