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의식하고 다른 이와 공감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대화의 출발점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대전교구 해미순교성지 소성당에서 가진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에서 “대화는 아시아교회 사명의 본질적인 부분이지만,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황은 진정한 대화를 위해서는 공감하는 능력도 요구된다고 밝혔다. 교황은 이어 “공감이란 다른 이들의 말을 듣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의 경험과 희망, 소망, 고난과 걱정도 듣는 것”이라며 “이러한 진정한 대화는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는 진정한 만남을 이끌어 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세속 정신의 유혹을 받기 때문에, 정체성을 확립하고 표현한다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 교황도 우리를 유혹하는 세속 정신으로 우선 상대주의와 피상성, 안전을 택하려는 유혹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각 세속정신은 “매일의 일상에서 우리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상대주의, 무엇이 옳은지 분별하기 보다는 최신 유행이나 오락 등에 빠지는 피상성, 쉬운 해결책과 확실한 안전을 택하려는 유혹” 등을 말한다.
아울러 교황은 연설에서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살아 있는 믿음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정체성”이라고 밝혔다.
이날 교황과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은 일정 일부를 제외하고 비공개로 진행됐다. 만남 이후 별도로 마련된 언론 브리핑에서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교황이 아시아 주교들에게 전한 메시지 중 “다른 이들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 저는 아직 성좌(바티칸)와 완전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아시아 대륙의 몇몇 국가들이 모두의 이익을 위해 주저 없이 대화를 추진해 나가길 희망한다”는 부분이 관심가질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또한 “교황님이 선의의 대화를 펼치고, 중국은 물론 북한, 미얀마, 라오스 등 외교 관계를 수립하지 않은 국가들과의 관계를 맺고자 하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롬바르디 신부는 “저희는 각기 다른 나라들의 교회와 신자들의 안녕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항상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의장 오스왈도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교황 환영의 말을 통해 “아시아는 전 세계 인구의 60% 가량 살고 있는 곳이며, 그 인구의 대다수는 젊은이들로 이뤄진 젊은 대륙”이라며 “여러모로 아시아는 세상과 교회 미래의 중심”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은 평신도들이 복음화에 특별한 역할을 해 온 땅이며, 이는 우리 대륙의 많은 지역교회에 모범이 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는 지난 1970년, 교회 역사상 교황으로서는 처음으로 바오로 6세가 아시아를 방문한 결실로 창설됐다. 당시 아시아 주교들은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아시아 대륙이 당면한 사목적 사안을 함께 논의하며 자발적인 연대를 형성했다. 현재 19개 회원국과 9개 준회원국이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 회원국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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