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과 한국 주교들과의 첫 만남. ‘아버지와 목자’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세계교회의 일치를 확인하고 ‘하느님 백성’을 돌보는 임무를 성찰하는 자리였다.
교황은 방한 첫날인 14일 오후 5시30분, 한국 주교단을 만나기 위해 그들이 평소 사목활동 등에 관해 논의하고 소통하는 장소인 서울 중곡동 주교회의 건물을 직접 방문했다. 주교회의 4층 강당에서 진행된 이날 만남에는 정진석·염수정 추기경과 강우일 주교를 비롯한 33명의 한국 주교단이 참석했다.
교황은 이날 연설을 통해 하느님의 백성을 돌보기 위해 ‘기억의 지킴이’, ‘희망의 지킴이’가 되라며 주교들의 용기를 북돋웠다.
특히 교황은 연설문을 읽던 도중 고개를 들고 즉흥적으로 “여러분들은 사제들 가까이에 계십시오. 부탁합니다. 사제들에게 다가가십시오”라고 힘줘 말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주교들이 사제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까지 표현하며, 사제들이 주교들을 형제로서 또한 아버지로서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길 당부했다. 이어 “사제들이 만남을 청하거든 오늘 당장 맞이하며, 오늘 안 된다고 여러 가지 이유를 대지 말고 그들이 아버지로부터 빠른 응답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라며 사제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 말 것을 권했다.
아울러 교황은 가난한 이들이 복음의 중심이라고 강조하고, “가난한 이들이 교회에 오기 부담스러워하고 가난한 것을 부끄럽게 여기게 하는 것은 바로 번영, 영적 웰빙의 유혹”이라고 경고했다. 교황은 또한 “교회가 번영하고 있을 때 영적이고 예언적인 면을 잃어버리게 하는 유혹이 오고, 이럴 때 가난한 이를 위한 또한 가난한 교회가 될 수 없다”며 “사탄이 이러한 씨앗을 심지 않도록, 잘 사는 사람들만 남아있는 교회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주교회의 의장 겸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위원회’ 위원장인 강우일 주교는 환영사를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볼 때 우리는 성하 앞에 자랑하고 축하받기보다는 당신의 위로와 격려를 더 많이 필요로 하는 백성이라고 생각된다”며 “이 백성은 어느 때보다 같은 시민들 사이, 같은 민족 사이에 나눔과 화합을 필요로 하며 동북아시아 전체가 민족들 간의 평화를 갈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만남에 참가한 최창무 대주교는 “교황께서는 우리의 문제를 풀어주시는 ‘해결사’가 아니다”라며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우리들이 잘 풀어갈 수 있도록 숙제를 주시고 희망을 주신다”고 전했다. 장익 주교도 “교황님의 방문이 우리에게 하나의 행사로 남지 않도록, 교황님이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살아가시는지를 찬찬히 묵상하고 우리의 모습을 성찰, 우리 스스로가 행동과 삶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교황은 한국 주교단과의 만남에 앞서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7층 소성당에서 기도하고, 주교회의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상주 직원 및 메리놀외방전교회 한국지부 선교사 14명과 인사를 나누며 그들의 활동을 격려했다.
또한 주교회의를 떠나는 교황의 뒤에서는 주교회의와 천주교중앙협의회 직원들이 ‘아빠 힘내세요’ 노래를 개사, ‘파파 힘내세요, 파파 사랑해요’라고 부르는 노래가 긴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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