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위 복자화 ‘새벽 빛을 여는 사람들’(가로 3m×세로 2m)을 그린 김형주(이멜다·67·서울 압구정1동본당·사진) 화백은 16일 시복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복선언을 하는 직후 자신의 복자화가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장면을 가슴 벅차게 지켜봤다.
김형주 화백은 124위 복자화에 대해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는 한국 천주교회의 초석을 놓고 신앙을 증언하신 분들로 이분들의 천상 영광을 표현하기 위해 선구자로서의 이미지와 천상 복락의 이미지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김 화백은 지난해 가을 주교회의로부터 124위 복자화 제작 의뢰를 받고 약 10개월의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했으며 복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인품과 신앙을 정확히 알기 위해 복자들의 행적이 담긴 자료와 문헌을 탐독했다.
김 화백은 “복자들은 신분과 나이, 남녀를 초월한 신앙을 살았고 하느님 나라가 진실로 가슴 뛰게 아름답다고 확신을 가진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복자화나 성인화에는 해와 달, 별이 등장하지만 ‘새벽 빛을 여는 사람들’에는 등장하지 않고 대신 날개를 단 천사의 모습이 보인다.
이에 대해 김 화백은 “순교자들은 하느님의 빛 안에 있어서 다른 빛은 필요 없는 것이고 복자화에 천사를 그려 넣은 이유는 복자들이 생존시에 입었던 한국의 전통 복식을 입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세계인의 공경을 받을 분들이어서 다른 나라 사람들도 공감하는 천사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24위 복자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그려진 ‘새벽 빛을 여는 사람들’은 복자들마다 팔마가지, 십자가, 교회서적, 백합, 무궁화 등을 손에 들고 있다. 간혹 아기를 안고 있는 경우도 있다.
팔마가지는 신앙의 승리, 십자가는 순교, 교회서적은 학자나 선비, 백합은 동정, 무궁화는 한국인을 상징한다. 아기를 안고 있는 복자는 이성례(마리아)의 경우처럼 아기와 함께 순교한 사실을 드러낸다. 1839년 기해박해 때 12세로 순교한 이금봉(아나스타시아)은 124위 복자 중 최연소자로 하느님께 화동 역할을 맡아 한국인이라는 의미로 무궁화를, 동정이라는 의미로 백합을 들고 있다.
‘새벽 빛을 여는 사람들’을 자신의 신앙 고백이라고 밝힌 김 화백은 “흔히 순교자들이 어떤 고통을 받고 죽었는지에 관심을 갖지만 나는 이 그림에 삶과 믿음의 중요성을 담았다”고 말했다. 복자화 축소본은 교황과 성직자들에게 전달됐으며 원본은 주교회의에서 보관하다 2017년 개관 예정인 서소문 역사공원 내 교회사박물관에 전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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