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용서야말로 화해로 이르게 하는 문임을 믿으라고 우리에게 요청하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을 마치며 한국인들에게 “화해시키는, 그리스도 십자가의 힘을 믿으라”는 당부를 남겼다.
특히 교황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모든 분열의 간격을 메우고, 모든 상처를 치유하며, 형제적 사랑의 유대를 재건하는 하느님의 능력을 드러낸다”며 “국민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화해 메시지를 힘차게 증언하길 부탁한다”고 전했다.
교황은 한국 방문 마지막 날인 18일 오전 9시45분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한민족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고 이 같은 메시지를 강조했다. 미사에는 각계각층 초청자와 전국 각 교구 본당 사무장과 사무원 등 교회 내 종사자 1700여 명이 참례했다. 이들 중 야외에 자리잡은 700여 명의 초청자들은 굵은 빗줄기가 내리는 궂은 날씨도 아랑곳 않고 성당 성모동산 등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아래 모여 교황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강론에서 교황은 “회심이란 한 개인으로서 그리고 하나의 민족으로서, 우리의 삶과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마음의 새로운 변화를 의미한다”며 “화해, 일치, 평화라는 하느님의 은혜들은 회심의 은총과 연결되어 있다”고 역설했다.
교황은 또한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 사회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 아파하는 이들을 보듬고 떠났다.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용산 참사 피해자, 탈북자와 납북자 가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들을 초대해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특히 교황은 입당 중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향해 먼저 다가가 그들의 손을 일일이 잡고 짧은 기도와 격려의 말을 전했다. 그 중 김복동(89) 할머니는 교황이 다가오자 ‘나비 배지’를 교황에게 전했고, 교황은 그 자리에서 제의에 배지를 달았다. ‘나비’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모든 여성들이 차별과 억압, 폭력으로부터 해방돼 자유롭게 날갯짓하기를 염원하는 뜻의 상징물이다.
신자들 또한 보편지향기도를 통해 세상의 평화와 분쟁지역, 분단으로 인해 아픔을 겪는 이들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한뜻을 모았다.
아울러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는 박근혜 대통령도 참례, 교황의 마지막 공식 행사를 함께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위원회’는 이 미사 준비단계에서 박 대통령을 공식 초대한 바 있다. 미사에는 박근혜 대통령 외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대리 등도 참석, 교황이 한국에서 남기는 마지막 메시지를 경청했다.
교황은 미사 직후에는 명동성당 지하소성당으로 내려가 성 앵베르 주교와 성 모방 신부, 성 샤스탕 신부 등의 성인과 순교자 유해가 모셔진 곳에서 기도하고 마지막으로 명동본당 성직·수도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한편 미사에 앞서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인 염수정 추기경은 한반도 남북의 평화와 일치를 기원하며 ‘파티마의 성모상’과 실제 휴전선 철조망을 활용해 만든 가시 면류관을 교황에게 전달했다.
2015년 남북 분단 70주년을 앞두고 평양교구장 서리 염수정 추기경은 “북한의 붕괴가 아니라 회개를 원한다”고 늘 강조하고 있다.
이 ‘파티마의 성모상’은 제6대 평양교구장인 홍용호 주교가 평양교구 주교좌성당을 평화의 모후에게 봉헌하며 평화·화합을 기원했던 뜻을 기려, 남북 평화와 일치의 뜻을 담은 성물이다. 이 성모상 발아래 설치하는 가시 면류관은 우리 민족의 아픔과 슬픔을 기억하고, 민족 화해와 일치를 위해 함께 기도하자는 뜻을 품고 있다. 가시면류관이 담긴 설치물 중앙에는 ‘하나 되게 하소서’라는 표지문을, 각 가장자리를 둘러서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문’을 라틴어로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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