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마태 17,4)
프란치스코 교황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16일 시복식을 마치고 고단한 몸을 이끌고 내려온 교황의 얼굴에 미소를 가득 채운 이들은 꽃동네 성모의 집 지체장애아동들이다. 아이들의 율동은 비록 딱딱 맞아떨어지는 멋은 없었지만 보는 이들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웃음꽃이 떠오르게 만들었다. 특히 하체를 쓰지 못해 앉은 상태에서 율동을 선보인 어린이의 환한 웃음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모든 그리스도인과 공동체는 가난한 이들이 사회에 온전히 통합될 수 있도록 가난한 이들의 해방과 진보를 위한 하느님의 도구가 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복음의 기쁨 187항)
교황은 가난한 이들을 찾아왔다. 사회에서 버림받고 아파하는 이들에게 자신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 왔다. 아픈 이들의 머리에 손을 얹어 기도하고, 머리와 뺨에 입을 맞추는 교황의 모습을 화면으로 지켜보던 신자들은 저마다 감탄 섞인 환호성을 내질렀다. 교통사고로 두개골이 함몰돼 선뜻 다가서기 힘든 형제에게 다가가 안수를 하는 모습은 심한 피부병을 앓고 있던 환자와 입을 맞추던 교황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교황은 ‘희망의 집’에서 ‘성모의 집’ 장애아동과 ‘희망의 집’ 장애어른, ‘구원의 집’ 노인환자, ‘천사의 집’ 입양아기, 호스피스, 봉사자 및 수도자 200여 명을 만났다. 교황은 자신을 향해 다가온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손길을 거부하는 아이에게 박수를 치며 다가가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손가락을 빨고 있는 아이의 입에서 손가락을 빼고 자신의 손가락을 물려주기도 했으며, 스마트폰 사진 촬영 요청도 흔쾌히 받아줬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반신 마비가 된 자매가 자수로 만든 초상화, 뇌성마비로 몸이 불편한 자매가 발가락으로 접은 학과 거북이, 수도자들이 「복음의 기쁨」에 나온 말씀으로 만든 성가CD를 선물 받은 교황은 놀라움과 함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교황의 꽃동네 희망의 집 방문은 꽃동네 가족들에게도, 교황 스스로에게도,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모두 치유와 은총의 시간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꽃동네를 찾은 김대철(대철베드로·44·인천 영종본당)씨는 “아이들도 저도 교황님을 뵙고 싶기도 했고 살아가는데 힘이 될 만한 기억을 갖고 싶어 왔다”며 “오늘의 이 만남은 저나 아이들에게 삶의 변화를 가져다줄 계기가 될 것”이라 말했다.
청주교구장 장봉훈 주교는 환영 인사를 통해 “이곳에 모인 장애 아동들은 부모로부터 버려지고, 또 장애 아동의 입양을 꺼리는 한국 사회의 풍토로 인하여 버려지는 두 번 버려지는 아픔을 겪은 아이들”이라며 “오늘 교황 성하께서 이곳까지 오셔서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장애 아동들을 만나시는 모습을 보며, 저희는 하느님의 사랑을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늘 교황 성하의 음성 꽃동네 방문을 계기로 저희 교구는 교황님이 바라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고 특히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높은 벽을 허물고,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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