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맞아 전 세계에서 90여 명의 고위 성직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그중에 한국과 같은 대륙, 형제 교회인 아시아교회들의 추기경, 주교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서로 다른 인종과 문화, 역사적 배경을 지녔지만 같은 대륙에서 똑같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는 이웃 아시아교회의 지도자들로부터 교황 방한의 의미, 아시아 복음화의 전망, 한국교회의 몫 등을 들어본다.
“교황님의 개혁과 쇄신의 핵심은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알고 그분의 삶을 따라 충실히 사는 것, 특히 가난하고 아파하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교회가 되길 바라십니다.”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의장 오스왈도 그라시아스 추기경(인도 뭄바이대교구장)은 지난해 4월 교황청 개혁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한 8인 추기경 위원회의 한 사람이다. 이번 아시아청년대회와 교황 방한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오스왈도 추기경은 “지역교회가 발전하는 모습을 잘 보여준 한국교회가 아시아교회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교황 방한의 의미를 밝혔다.
“예수님은 아시아에서 태어나셨지만 교회는 아시아 사람들에게 외국의 종교처럼 느껴집니다. 우리의 토착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합니다. 예수님은 세상을 장악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함께하려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이 마음이 토착화에 있다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교회는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아시아에서 교회는 아주 작은 소수 종교다. 오스왈도 추기경은 이 원인을 토착화와 종교 간 대화의 부족, 물질주의가 개입된 발전 등을 꼽았다. 그는 아시아 복음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제 믿는 사람들이 삶으로 복음을 보여줘야 하고, 다른 종교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우리의 복음적인 가치를 매력 있게 보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아시아 각국이 가진 문화와 삶 안에서 복음적 가치가 효과적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는 가난한 사람이 많은 곳입니다. 교회가 가난한 사람을 위하는 만큼 외부로부터의 도전이 있게 마련인데, 그 도전들을 넘어 가난한 이들과 대화하는 것이 FABC가 보는 아시아의 미래입니다.”
1970년 바오로 6세 교황의 필리핀 방문을 계기로 설립된 FABC는 아시아교회의 연대를 구축하고 각국의 경험을 공유하며 신학적 성찰에 이바지해 왔다. 오스왈도 추기경은 FABC를 통한 연대 안에서 한국교회가 아시아 복음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한국교회는 굉장히 빠르게 성장한, 성장하는 교회의 좋은 모델입니다. 다만 성찰해야 할 것은 한국의 경제적·물질적 성장에 교회도 함께 성장했다는 점입니다. 물질적 가치와 복음적 가치를 어떻게 잘 넘어서고 한국교회의 많은 젊은이들이 복음적 가치를 지니고 사회에 참여하는 모델을 잘 보여준다면 아시아교회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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