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위 시복미사 중에는 일반 미사 때처럼 남녀 신자가 아닌 한 가족이 예물을 봉헌했다.
한국 신자들을 대표, 성가정의 모범을 드러낸 주인공은 강지형(요셉·56)·김향신(마리아·54)씨 부부와 둘째 딸 예은(완숙 골롬바·13), 셋째 딸 세은(마리에타·11)양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준비위원회’는 “성가정이 봉헌했으면 좋겠다”는 교황의 뜻에 따라 성가정의 모범을 보인 이들을 예물봉헌자로 선정했다. 특히 강지형·김향신씨 부부의 첫째 아들 강선훈(요한 세례자·27)씨는 가톨릭대학교 신학생으로, 이날 미사 복사를 서며 가족들과 함께했다.
이 가족은 이날 준비한 성체와 성혈 예물에 하느님을 향한 감사와 속죄 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이들이 줄어들길 기원하는 뜻을 담았다. 이러한 뜻은 평소 굶주리는 이웃을 위해 적극적인 나눔과 사랑을 실천한 뿌리에서 결실을 맺었다.
현재 서울 성북동에서 ‘조셉의 커피나무’ 카페를 운영 중인 강지형·김향신씨 부부는 20년 이상 한국 카리타스를 통해 기아 난민을 위한 기부를 이어왔다.
또 카페 운영을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매일 첫 테이블 매상과, 매달 첫 번째 금요일 하루 매상 전체를 하느님의 몫으로 내놓고 있다. 1년에 두 번 카페에서 여는 벼룩시장과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 대학로에서 여는 길거리매장 수입도 전액 굶주리는 이웃을 위해 기부한다. 1983년 김씨가 세례를 받은 이후 부부는 가난에 시달릴 때도 이웃을 위해 기금을 모으는 노력을 하루도 쉬지 않았다. 혹시라도 이웃을 위한 돈을 다른 곳에 쓸까봐, 매일 성모상 밑에 돈을 밀어 넣어 감추며 모으기도 했다고.
부부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이웃을 향한 나눔을 시작할 때이며, 조금 더 넉넉할 때 혹은 적당한 때가 되면 등의 이유를 대며 나눔 실천을 미룬다면 이웃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는 오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또한 “나눔은 우리 부부가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신자로서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었다”며 “이번 시복식을 계기로 특히 아이들이 한국의 순교 복자들의 삶에 더욱 관심을 갖고 알아, 하느님 보시기에 더욱 좋은 모습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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