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16일 서울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하느님의 시간 인간의 시간’전을 여는 서양화가 정미연(소화데레사·59) 화백의 작품에는 성과 속이 다 담겨 있다. 그윽한 눈빛의 성모화와 예수의 제자 그림 주변을 200여 점의 누드 크로키가 둘러싸고 있는 두 작품만 보더라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모습이다. 속이 없으면 성은 감동을 줄 수 없고, 성이 없으면 속은 균형이 깨진다.
이렇듯 60년 인생을 응집시킨 정 화백의 이번 전시에는 심오한 작품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어려운 작품은 하나도 없다. 예수의 일대기와 예수의 제자들, 성모 마리아를 그린 성화, 묵주기도 그림 등 신자들에게는 편안하고 익숙한 분위기의 그림들이다. 다만 작가가 작품을 통해 던지는 소리 없는 질문은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한숨 돌리면서 자기 삶을 되돌아본 것이 언제인가요? 각박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의 관객들이 그림을 보면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살펴보고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내길 바랍니다. 그리고 저 마다의 이야기 끝이 ‘사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역시도 주님을 향한 사랑에 온몸을 바쳐 이번 전시 작품들을 완성했다. 하이라이트는 전시 제목과 동일한 ‘하느님의 시간 인간의 시간’ 프리즈(frieze, 방이나 건물의 윗부분에 그림이나 조각으로 띠 모양의 장식을 한 것)다. 전령사의 말, 사랑, 알파와 오메가, 시간을 주재하는 창조주, 초월자의 명상, 절대자의 눈, 사다리, 운명의 수레바퀴, 천사들의 축복 등 9개의 작품은 하느님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에 대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또한 석굴암의 10제자에 예수의 제자들의 모습을 입힌 ‘예수의 제자’들도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하느님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 자체는 있을 수 없죠. 그러나 한 편에서 보면 하느님과의 시간을 절실하게 온몸을 바쳐 표현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그것이 제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서울 가나인사아트센터 1, 2, 3관 전체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종교적인 작품 외에도 시인 이육사 시화, 실크로드와 인도 여행의 경험을 그린 그림, 지난 1년 간 친구 김서령 작가와 공동 작업으로 경주신문에 연재했던 작품, 크로키 등으로 구성된다.
기획에서 전시까지 단 두 달만에 작가로서의 전부를 쏟아낸 정 화백은 계획되지 않은 ‘다음’을 기약한다. “주님께서 저를 이곳에 부르시기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하신 듯해요. 때문에 저에게 다음 계획은 없습니다. 그저 텅 빈 마음으로 주님의 부르심에 ‘네’라고 대답하며 따라 가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인 것같아요.”
※문의 02-736-1020 가나인사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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