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정서의 성화를 그리는 작가 심순화(카타리나) 화백이 복자 이성례 마리아의 일생을 그림으로 그렸다. 하느님을 향한 믿음 하나로 살아온 그 삶에는 많은 설명과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았다. 단 18점의 그림이면 이성례 마리아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기에 충분했다. 이성례 마리아는 한국교회 두 번째 사제 최양업 신부의 어머니이며 대표 평신도 최경환 성인의 아내이다.
심 화백의 작품에는 복음의 기쁨을 살았던 이성례 마리아의 삶이 오롯하게 담겨있다. 고향을 떠나 서울과 강원도, 경기도를 거쳐 수리산에 정착하기까지의 모습, 교우촌을 급습한 포졸들에게 밥상을 차려주는 모습, 남편과 어린 자식의 죽음 앞에서 무너져 내린 아내이자 엄마의 모습이 심 화백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로 표현됐다.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언제나 희망이 존재한다는 작가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또한 배교를 후회하고 다시 투옥돼 순교를 결심하는 복자와 엄마를 위해 구걸한 돈을 모아 망나니에게 전해주며 어머니를 단 칼에 쳐달라고 부탁하는 아이들 모습은 그들의 신앙의 무게를 말없이 전해준다. 고되지만 묵묵히 믿음을 좇았던 이성례의 삶은 마지막 장면에서 감동의 미소를 머금게 한다. 사제가 된 큰 아들과 남편, 아이들을 천상에서 만나 기도하는 모습은 비록 상상이지만 이들 가족 모두가 주님의 영광을 드러낸 순교자임을 보여준다.
드라마틱한 이성례 마리아의 일생을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서울 삼각지성당 유리화와 당고개 순교성지 건축 및 성미술품을 제작한 심 화백의 경력 덕분이었다. 2007년 이후 지난 7년 동안 늘 복자와 함께했다고 밝힌 심 화백은 이번 작품에 그간 쌓아둔 이성례 마리아에 대한 애정을 모두 쏟아냈다.
작품들은 17~22일 평화화랑에서 열리는 ‘성화로 본 이성례 마리아’전에서 볼 수 있으며, 전시 후에는 성지 내 전시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한편, 당고개 순교성지는 이성례 마리아 시복 축하 행사를 9월 한 달 동안 다채롭게 진행한다. 시복 축하 미사는 13일 오전 11시, 음악회는 20일 오후 7시에 열린다.
권철호 주임신부는 “안정된 삶과 재산을 포기하고 신앙을 선택한 복자 이성례 마리아를 돌아보는 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02-711-0933 당고개 순교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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