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극이란 자꾸 성인의 삶을 연습하는 것이라 성극을 하다보면 성인의 삶이 몸에 배고 스며들어요. 특히 우리 극인 마당극 형식을 통해 소공동체 복음화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김봉기 신부(수원대리구 율전동본당 주임)는 교구 시복시성추진위원회가 최근 발간한 마당 성극 「마재의 성가정」을 집필했다. 「마재의 성가정」은 이번에 시복된 복자 정약종(아우구스티노)과 그 가정의 이야기를 마당극 형식으로 풀어낸 극본이다.
“성극은 자꾸 성인 연습을 하는 것이에요. 일반연극은 배우가 등장인물의 ‘동일시’가 생기지만, 성극은 그것을 넘어 ‘재형성’이 일어나요. 바로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더 훌륭하게 거듭나는 것이죠.”
김 신부는 성극이 신앙인으로서 재형성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성극을 통해 성인의 삶이 몸에 밴다는 것이다. 성극을 보며 성인의 삶에 참여한 신자들은 그가 성인역을 맡았든, 악역을 맡았든 신앙인으로서 살아가도록 결심하고 그 결심이 강해진다는 것이 김 신부의 설명이다.
“우리 것이 좋아요. 외국의 극은 치밀함, 정교함 등의 장점이 있지만, 우리 극은 즉흥적이고 창의적으로 상황에 대처해요. 우리 극의 관객은 연극, 뮤지컬, 오페라처럼 관객이 숨죽이고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참여하죠.”
김 신부의 이번 극본에서 눈여겨볼 점은 바로 마당극이라는 점이다. 우리 전통의 극인 마당극은 무대 없이 넓은 마당에서 관객들과 어울리며 극을 진행한다. 김 신부는 “마당극에서는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 배우·관객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어우러져 같은 공연도 참여자의 공감대에 따라 눈물이 나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한다”면서 “전문가가 아니어도 공연 참여가 가능해 출연자와 관객이 마음이 열려 열띤 공연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축제를 하면 노래, 춤, 연극 등이 많지만 구성원의 약 20%만 참여하죠. ‘모두 다 참여하는 마당을 만들자’하고 시작한 것이 마당 성극이었어요. 222명이 참여한 성극이 감동을 줬죠.”
김 신부가 마당극의 감동을 처음 체험한 것은 신학교 때였다. 신학교 입학 전 다양한 마당극을 접해왔던 그는 학교 축제에 십자가의 길을 마당극 형식으로 준비했다. 학년별로 나눠 토론하고 준비하면 신학생들은 기대하지 않던 사람에게도 새로운 재능과 능력을 발견하고, 또 재능을 발견한 자신도 놀라는 체험을 했다. 함께 참여하는 시간은 공동체 친교에도 큰 활력을 줬다. 그 감동이 신학생들 사이에 깊이 파고들어 십자가의 길 마당 성극은 아직도 신학교 축제에서 이어오고 있다.
김 신부는 “본당은 큰 공동체라 모두가 참여하기는 어렵겠지만 200명 참여에 그 가족까지 생각하면 1000명, 이웃까지 생각하면 성극의 영향이 더 퍼질 것”이라며 “소공동체를 통한 복음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극본을 쓰며 하느님께서 준비하셨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작가는 그저 써서 내놓을 뿐이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집어 실행한다면 더없이 기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교우들이 이 성극을 통해 은총을 받길 원하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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