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읽고 생각해보자”
“생각한 것을 정리해서 적어보자.”
“자신의 생각을 친구들과 나눠보자”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들의 반응이 어떨지 상상 해보라.
“힘들어요!” “이거 꼭 해야 해요” “모르겠는데요.” 한숨을 쉬거나 연필만 만지작거린다.
대한민국의 청소년들 대부분은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하는 것을 정말로 싫어한다.
왜 그럴까? 읽은 것이 있어야 생각하고 생각하는 것이 있어야 토론하고 쓸 수 있는데 불행하게도 아이들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독서’자체를 힘겨워한다.
베이컨은 “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만들고, 토론은 재치 있는 사람을 만들고, 필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독서가 완성된 사람을 만들어주고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읽고 쓰게 해준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깨닫게 해준다면 무언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아이들은 읽고 쓰기가 학교공부만을 위한 통과의례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대학만 들어가면 폐기처분하는 그런 학습 말이다. 어른들은 괴물 같은 ‘시험’을 앞세워 충고하고 협박하면서 ‘읽고 쓰라’하니 당연히 지겹고 힘겨울 수밖에.
이런 현실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기기는 자유와 해방의 통로다. 공부가 힘들어 스마트폰에 빠지는 것인지 스마트폰에 빠져있어 책을 읽지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스마트폰이나 게임처럼 강렬한 자극에만 주의를 기울이게 되면 당연히 가장 힘든 것은 독서다. 특히 위기를 맞는 시기가 중학생인데 실제로 중학생 30%가 교과서가 어렵다고 말한다. 이는 독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공부가 흔들리면 스마트폰이나 게임에 빠지고 사회성도 떨어진다.
몇 년 전 미국 CNN에서 데이비드 레비(David Levy) 교수가 처음으로 ‘팝콘브레인’(popcorn brain) 증후군에 대하여 소개한 적이 있다. 지나치게 게임과 스마트폰에 노출된 아이들은 팝콘처럼 즉각적이고 강한 자극에만 반응하고 일상에서의 느리고 조용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다보니 현실에 무감각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스마트폰 중독 증세가 있는 어린이에게 불빛에 맞춰 손뼉을 치거나 발을 구르게 하면 일반 어린이보다 느리다. 게다가 스마트폰 기기가 자신의 일부처럼 익숙하게 사용하다보면 현실에 무기력해진다는 것이다. 현실감각을 잃고 자신의 감정표현도 어려워지고 타인의 감정도 읽지 못한다. 그렇게 되다보면 인성도 도덕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어떻게 할까? 일단 평소에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와 타협을 할 수 있다. 부모와 함께 스마트폰 사용일지를 쓰거나 밤에는 거실 한곳에 가족의 스마트폰을 내놓도록 제안한다. 그리고 잠자기 전 기도로 그날 읽은 책 한 구절을 나눌 수 있으면 어떨까? 그러면서 아이의 생각이 자라고, 읽고 쓰는 것이 스마트폰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될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본다.
김용은 제오르지아 수녀(살레시오수녀회)는 미국 뉴욕대(NYU) 대학원에서 미디어생태학(Media Ecology)을 전공하고, 버클리 신학대학원(GTU Graduate Theological Union)의 살레시오영성센터(ISS)에서 살레시오 영성을 수학했다. 현재 부산 ‘살레시오 영성의 집’ 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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