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순교자 124위 시복과 9월 순교자 성월을 기념해 순교자를 주인공으로 한 공연 작품들이 대중들을 기다리고 있다.
15일 수원 제1야외음악당에서 공연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뮤지컬 같은 오페라, 오페라 같은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며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또한 황사영의 아내이자 복자 정약종의 조카인 정난주 마리아의 삶을 담은 ‘서울할망 정난주’도 상연을 준비 중이다.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로 봉헌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미사 이후 순교 선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순교’를 주제로 한 공연예술 제작 환경을 점검해 본다.
순교영성은 200년 역사를 가진 한국교회의 중요한 문화콘텐츠 원형이다.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연구이사 최영실 박사(브로드콘에이치시 문화콘텐츠 개발 실장)는 “순교영성은 일반 문화콘텐츠와 차별화될 수 있는 영성과 사람을 매개로 하는 동시에, 스토리텔링을 완성할 수 있는 역사가 모두 갖춰진 가톨릭만의 문화콘텐츠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설명을 뒷받침하듯 최근 몇 년 동안 순교영성 관련 공연예술 작품들이 다수 제작되고 있다. 최경환 성인의 순교 이야기를 풀어낸 창작 오페라 ‘뒤뜸이골 무지개’를 비롯해 오페라 ‘루갈다’, 오라토리오 ‘최양업, 사랑의 사도여’, 칸타타 ‘아! 불의 순교자 권 빈첸시오 성인’, 현대무용 ‘하느님을 향한 몸짓’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제작자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작품을 완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관객 동원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오페라와 같이 대형 공연 작품은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공연 날짜와 장소가 정해져도 관객들의 관심을 얻지 못해 작품이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한 제작자는 “티켓을 본당에 보내 홍보를 요청했지만 공연을 앞두고 반송하겠다는 곳이 허다하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전석 매진이라는 티켓 파워를 자랑하고도 후속 공연으로 이어지지 못해 관객들 뇌리에서 사라진 작품이 있는가 하면, 소극장, 성당 등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버전까지 제작했지만 불러주는 곳이 없어 무용지물이 된 사례도 있다. 한 순교극 기획자는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고 해도 설 자리가 없다”며 “순교영성이 삶으로 이어지고 또 보고 싶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반 공연예술을 보듯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소통과 관심’만이 순교영성 공연예술 작품들이 안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작자들은 교회와 소통하며 신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공연을 기획하고, 사목자와 신자들 역시 순교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순교극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복자사랑 피정의 집 원장 이상국 신부는 “순교를 주제로 한 공연 관람이 영성으로 가는 열매가 되기 위해서는 순교에 대한 이해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는 “연기자, 제작자, 성직자와 수도자가 만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의견을 모아야 한다”며 “제작자는 프로답게 공연을 준비하고, 신자들은 문화의 복음화와 순교영성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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