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에 대해 말하며 페이스북을 빼놓을 수는 없다. 오늘부터 2회에 걸쳐 페이스북이 쳐놓은 그물 속으로 빠져보기로 하자. 페이스북(www.facebook.com)은 2004년 미국의 마크 주커버그와 네 명의 동료 하버드 대학생이 시작한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로서, 현재 전 세계 약 13억 명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등학교시절 배운 순열 조합을 떠올려 계산해보니, 이론적으로 페이스북 안에선 최소 약 84.5x1016개만큼의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일상인의 감각으로는 거의 무량대수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페이스북’은 원래 간단한 신상내용이 적힌 학교 사진첩 - 우리로 치면 졸업앨범 정도를 의미한다. 알다시피 이 엄청난 관계망 도구를 만든 사람은 30세의 유태계 미국인 마크 주커버그다. 그 이름도 유명한 하버드대학을 중퇴했고, 어린 시절부터 천재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이름을 날렸다 한다. 치과의사인 아버지는 아들 주커버그가 지닌 그 범상치 않은 이과적 재능에 주목했고, 당대 꽤 이름을 날리던 컴퓨터 프로그래머 데이빗 뉴먼을 가정교사로 들여 어린 주커버그에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가르쳤다. 데이빗 뉴먼은 선생보다 훨씬 많이 아는 어린 학생 주커버그를 가르치느라 진땀 꽤나 뺐던 듯하다. 천재소년 주커버그가 주로 제작했던 것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어린 주커버그가 ‘관계와 연결’을 기본으로 하는 인터넷의 바다를 향해 말한 기계언어(프로그램)가 ‘관계중심’의 언어였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매우 당연하게 들리는데, 바로 이 ‘당연함’이 페이스북이 만들어낸 거대한 파도의 핵심이기도 하다.
하버드대에 진학한 주커버그는 그만 사고를 치고 만다. 하버드대 재학생들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하버드대학 서버를 해킹한 후, 서버에 차곡차곡 저장되어 있던 재학생들의 이름과 사진 등의 정보를 몽땅 빼내온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퇴학을 면한 주커버그는 곧 ‘예술사’ 과목의 노트와 사진, 감상들을 서로 나누는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이어 아예 학교를 뛰쳐나와 2004년 2월 인터넷 시대의 (잠정적인) 꽃 ‘페이스북’을 개통했다.
최근 어쩌다 (혹은 고의로) 뉴욕타임스의 내부 기밀 보고서가 유출된 일이 화제가 됐었는데, 이 보고서는 한편으로는 ‘페이스북의 위력’에 대한 보고서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뉴욕타임스 웹사이트를 방문할까? 놀랍게도, 아니 어쩌면 당연하게도 뉴욕타임스 첫 페이지부터 차근차근 기사를 클릭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대부분의 방문자들은 페이스북 등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안내를 받아 뉴욕타임스의 누리집을 방문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페이스북이 뱃길을 이어주지 않으면 그 막강한 뉴욕타임스 웹사이트조차 그저 고립된 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페이스북의 위력은 너무도 막강하다. 과연, 그 위력의 본질은 무엇일까? 다음호에서 이야기해 보기로 하자.
1999년 서울대교구 사제로 서품됐으며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학교에서 ‘매스컴과 종교의 관계 연구’로 신문방송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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