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권의 공방 속에 겉돌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교회가 나섰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 이하 위원회)는 지난 2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정기회의를 열고 위원회 산하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 유가족들의 진상규명 활동을 지원하고 진실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려나가도록 결정했다. 주교회의 전국위원회 산하에 특정 사안을 목적으로 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높아진 세월호 문제에 대한 교회 안팎의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이날 회의 후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조사권과 기소권 독점은 원초적으로 국가의 것이 아니며, 애초에 피해자의 자연권에 속한 것을 국가가 대신할 뿐이라는 역사적 기원을 상기할 때, 국가가 조사와 기소의 독점을 고집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정치권과 언론에서 언급하는 ‘보상’, ‘협상’, ‘합의’와 같은 정치적 수사들은 본질적으로 피해자의 자연권과 본성을 침해하고 희석하는 것이다. ‘인간적 고통 앞에 중립은 있을 수 없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처럼 정치권은 유가족들의 상처를 금전 보상이라는 물리적 해법으로 풀기 이전에 먼저 그들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애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또 이날 회의에서, 전주교구 박창신 신부의 2013년 11월 22일 전주 수송동성당에서 열린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 중 행한 강론에 대한 전북경찰청의 출석 요구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위원회는 “이번 소환은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사제의 강론에 국가 안보논리와 종북의 칼을 들이대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넘어 사제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다”며 “강론의 발단이었던 지난 대선 기간 중 일어난 국가권력기관들의 총체적이며 조직적인 선거 부정개입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종북몰이’ 논쟁으로 호도하여 희석하고 억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또한 ‘새로운 독재와 국가: 신자유주의와 교회의 응답’을 주제로 오는 10월 2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2014년 정기세미나를 열기로 했다.
주교회의 정평위, 세월호 특위 구성
유가족 활동 지원 및 진실 규명 목적
강론 내용 이유로 출석 요구 받은
박창신 신부 문제에도 우려 표명
“사제 양심의 자유 보장돼야”
발행일2014-09-21 [제2911호, 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