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사회의 윤리적 담론과 그리스도교 신앙 / 에버하르트 쇼켄호프 교수
수원가톨릭대학교(총장 유희석 신부) 이성과신앙연구소는 12일 오후 3시 수원가대 하상관 대강당에서 제27회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수원가대 개교 30주년을 맞아 열린 이번 학술발표회에서는 ‘민주주의 사회의 윤리적 담론과 그리스도교 신앙’을 주제로 독일의 석학 에버하르트 쇼켄호프(Eberhard Schockenhoff) 교수가 발표했다. 다음은 쇼켄호프 교수 강연 요약.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그리스도교 종파들을 통해 민주주의적인 국가형태에 대한 내적인 긍정으로 주저 없이 기울게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재앙 이후 전체주의적 국가형태들이 전도되는 체험 때문이었다.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독일에서는 교회가 바이마르 공화국과 거리를 두는 경향이 지배적이었고,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가톨릭 신자들은 정교분리를 지향하는 국가 안에서 정치적인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스스로 멀리 했던 반면, 세계대전 이후에는 이들이 민주주의적인 방식으로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교회 지도층 동의를 얻어 종파를 초월한 정당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그리스도인들은 자유의 보장이라는 목적을 위해 세속적인 법치국가를 긍정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체험에 대한 기억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정치적인 생각 안에 생생히 머물러야 하며 민주주의적 국가 형태에 대한 지속적인 가치존중으로 이어져야 한다.
2003년 초에 발표된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문헌 ‘정치적 삶 안에서 가톨릭 신자들의 행동양식과 투신에 대한 몇 가지 질문에 대한 가르침’은 각 개인들의 인격의 존엄성에서 유래하고, 사회적인 연대의 의무와 개별적 사안들 안에서의 공동선 증진 의무에서 기인하는 근본원칙들로부터 도출되는 “인격의 총체적 유익”(4항)과 관련되는 포기할 수 없는 요구들이 어떠한 것인지 설명한다.
교회는 단지 교회 내부적인 윤리나 신자들의 종교적인 감성에 대한 국가적 보호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을 그 존재의 시작에서부터 보호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교회는 자신들의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처지에 있지 않은 약자들을 위한 변호인 역할을 할 뿐이다. 공동선을 위해 국가 운영의 직무를 수행하는 이들에게 특별히 부여된 책임을 교회가 상기시킨다면, 이 역시도 교회가 스스로를 위해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개인적인 자기실현이라는 목적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우선순위를 획득함으로 인해, 자유의 이념은 민주주의 근본명제인 평등과 연대를 희생하면서까지 사회적인 최고의 가치로 올라섰다.
이러한 난감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들이 자유의 보장을 위하여 민주주의 국가를 긍정할 수 있다면, 그들에게는 당연히 오직 자신만의 주체성 안에서 소진되지 않는 자유의 표상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다원적인 의견의 다양성에 앞서 존재하는 인간 존엄성과 인권의 포기할 수 없는 요구와 관련된 논쟁에서 그리스도인들은 민주주의적인 삶의 여건들 하에서도 모든 사람들에게 유효한 우리 실존의 단순한 진리를 상기시킨다. 즉 인간존재의 행복과 성공은 각 개인이 추구하는 사적인 행복에 대한 배타적인 관심을 통해서가 아니라, 오직 타인과 함께함을 통해, 전체를 위한 책임 속에서 이웃에 대한 긍정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