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나보다 늦게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끝까지 우리를 기다려주실 것입니다. 맏아들이 나중에 생각을 바꾸어 일하러 갔다고 합니다.
나중이 언제였을까요? 예수님께서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에게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것이라고 하십니다. 너희들은 들어갈 수 없다고 하시지 않습니다. 너희들은 요한은 믿지 않았지만 나를 믿고 따른다면, 그렇게 마음을 하느님께로 돌린다면 나중에 언젠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씀이 아니겠습니까? 우리에게는 기회가 있습니다.
우리는 언젠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것을 희망합니다. 지금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살려고 애씁니다. 성당 활동도 하려고 애쓰고, 봉사 활동에도 시간을 들입니다. 영성서적도 찾아 읽고, 평일미사에 자주 참례하고자 합니다. 성경도 열심히 읽고, 필사도 합니다. 이정도 하면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일까요?
아버지의 뜻은 포도밭에 가서 일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포도밭에 가서 일을 해야 합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를 파견하시는 포도밭은 일하기 쉬운 그런 곳이 아닙니다. 포도나무는 키가 참 애매하게 자랍니다. 허리를 꾸부정하게 굽히고 일을 해야만 합니다. 일을 하다 보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픕니다. 그곳으로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보내십니다. 그곳이 정말 일꾼이 필요한 곳이니까요.
하느님의 포도밭은 어디일까요? 고통받는 우리 이웃이 있는 곳입니다. 가까이는 내 가정입니다. 부부 사이, 부모 자식간에 흩어진 마음을 모으고 하느님의 말씀으로 화해하고 사랑과 평화를 살아가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포도밭에서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일을 하는 것입니다.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으로 나가야 합니다. 나뉘어진 마음으로 서로를 할퀴고 있는 사회에 나가 상처 난 곳을 싸매고 이해의 폭을 넓히고 사랑을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도록 애써야 합니다. 포도밭에서 일하는 것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곳으로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파견하시고자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이 부르심에 대답하고 실천할 때 우리는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게 됩니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하느님의 파견에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나중에 우리는 실천하러 갈 것입니다. 나중은 내일일 수도 있고, 조금 더 있다가 일 수도 있습니다. 분명 우리는 하느님의 포도밭으로 갈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그곳에서 우리를 부르고 계시고, 또 하염없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일찌감치 그곳에서 열심히 애쓰는 형제, 자매들이 있습니다. 그분들보다 내가 조금 뒤에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나도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포도밭에 가서 일하겠다고 대답을 하고 가지 않은 아들에게 아버지의 말씀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아들에게는 지금 다른 것이 더 중요합니다. 무엇일까요? 마음을 뺏긴 그 일 때문에 아들은 아버지를 저버립니다. 아버지의 말씀을 뒤로하고 아버지를 잊은 삶이 행복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기다리고 계신 곳으로 갑시다. 우리 경쟁적으로 포도밭을 향해 달려갑시다. 내가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달려갑시다. 그렇게 곁에 있는 형제, 자매들을 자극합시다. 달려가는 우리의 발걸음과 상기된 얼굴에는 기쁨과 희망이 흐르고 있습니다.
김동일 신부는 2003년 예수회 입회,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필리핀 마닐라 LST(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1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으로 활동 중이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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