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라 판타지아~, 올바른 세상을 꿈꿉니다~. 누구나 평화롭고 정직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곳~.”
지난 11일 점심시간이 시작된 12시30분경 대구도심의 오래된 고딕교회 ‘계산주교좌성당’(주임 이상국 신부) 앞 광장에서는 소규모 밴드의 반주 속에 낯익은 선율이 울려 퍼졌다. 매주 목요일 열리는 ‘소통 음악회’ 자리였다. 올해 들어서 처음 마련된 소통 음악회에 신자, 비신자 할 것 없이 3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성음악뿐 아니라 오페라곡과 7080 등 다양한 음악들이 펼쳐진 ‘계산 문화광장’에서 관객들은 신나는 음악에 어깨를 들썩이고, 익숙한 노래가 나오면 함께 따라 불렀다. 2년 동안 이어진 계산본당 소통 음악회는 시민들의 마음과 점차 거리를 좁혀가며 ‘열린 음악회’로서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매년 봄, 가을이면 열리는 소통 음악회는 지난 2012년 10월 본당 보좌 김태완 신부의 생각과 주임 이상국 신부의 호응으로 시작됐다. 담 없는 넓은 마당이 있고, 바로 옆에 카페와 미술갤러리가 있는 계산성당은 자연스럽게 문화광장이 형성될 수 있는 최적 공간이라는 것이 김태완 신부 의견. 마침 이런 취지의 음악회를 기획 중이던 결식아동돕기 직장인밴드 ‘밥밴드’(단장 장성녕)와 뜻이 맞아 2012년 10월 18일 첫 공연이 열렸다.
“유럽 ‘광장 문화’를 계산성당 광장에서 실현해보고 싶었습니다. 거리 악사나 미술가 등 예술인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문화가 어우러지는 유럽 광장처럼 말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과 하느님이 만나 결국에는 모든 것들이 어우러질 수 있는 광장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소통’으로 지었습니다.”
미리 관객을 모아놓고 여는 기존 음악회와 달리 소통 음악회는 공연 시작 후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드는 형식이다 보니 처음부터 큰 호응은 없었다. 그러나 공연이 매주 이어질수록 사람들 입소문으로 점차 참석자 수가 늘어났다.
이러한 문화사목이 결국에는 선교로 연결된다고 김 신부는 강조했다. 김 신부는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성당 공간 안에 머물러 있게 한다면 어떤 면에서 선교의 시작”이라며, “직접적인 이야기보다는 음악회 안에서 ‘말씀’을 녹여 들려드리고, 예수님 뜻에 따라 자신의 양심을 올바로 비춰보며 살도록 이끌어주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것이 바로 ‘겨자씨’를 심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소통 음악회는 관객과의 소통을 넘어 ‘나눔’으로 의미 확대를 꿈꾼다. 경제적으로 문화적 혜택을 받기 힘든 소외계층을 초청하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발맞춰 DGB사회공헌재단(이사장 박인규)에서 후원금을 내놓는 등 나눔 동참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다른 본당에도 이런 광장 문화공연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전하는 김 신부. 큰 공간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이라면 얼마든지 소통 음악회와 같은 문화사목을 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 본당 사목자는 문화 전문가들이 아닙니다. 본당 내 문화예술인들의 뜻 있는 참여가 이뤄진다면 선교는 물론이고 지역민들과의 의미 있는 소통, 그리고 나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시민 각계각층과의 다양한 소통이 실현되는 성당 광장문화의 활성화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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