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라너’, ‘호가든’, ‘레페’.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 수입 맥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수도원에서 유래된 맥주라는 점이다.
맥주의 역사는 기원전부터 이어오지만, 오늘날 우리가 다양하고 맛좋은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것은 중세 수도원의 공이 크다.
맥주는 중세 수도자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고마운 음료였다. 중세의 수사들은 사순시기에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며 평소보다도 엄격하게 금식을 지켰다. 당시 수도 규정에는 하루 한 끼의 식사만을 하도록 기록돼 있을 정도다. 기도생활과 더불어 육체노동도 함께해야 했던 수도자들이 체력을 지켜내기 힘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때 수도자들에게 영양을 공급해준 것이 맥주다. 보리를 원료로 빵과 같이 효모를 사용해 만드는 맥주는 열량이 있을 뿐만 아니라 비타민, 미네랄이 비교적 풍부하게 들어있어 ‘액체 빵’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이렇듯 수도자들이 영양보충을 위해 맥주를 마셨기 때문에 농도가 강하고 쓴 맥주를 생산하기도 했는데 이 전통은 오늘날에도 이어내려오고 있다.
수도원들은 맥주의 양조기술을 보존하고 개발했다. 15세기 베네딕도수도회에서는 우리나라 맥주의 주를 이루는 ‘라거’ 즉 하면발효 맥주가 개발되기도 했다.
특히 트라피스트수도회의 맥주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봉쇄 수도회인 트라피스트 수도회의 10곳 수도원에서 수백 년의 전통을 이어오면서 생산하는 트라피스트 맥주는 맥주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특별한 맥주다.
수도회는 수도원을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맥주만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대형 맥주회사들이 수도원 맥주 양조자격을 얻어 생산하는 것이 우리가 시중에서 만나는 ‘수도원 맥주’(Abbey Beer)다.
맥주는 수도자들에게 사순시기 절제를 잘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중한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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