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를 위해서, 신앙 때문에 죽는다고 말하지 않더라도 그리스도교 신앙 안에 있는 가치, 정의, 평화, 사랑의 실천을 위해 투신하는 것 역시 넓게 보면 순교자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순교자의 의미 변화. 독일 윤리신학자 에버하르트 쇼켄호프 신부(프라이부르크대학교 신학부 교수·사진)는 순교를 윤리철학의 관점에서 풀어내며 이 부분을 가장 주목했다. 그는 “초대 그리스도교 사회에서도 죽음 그 자체가 순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근거를 중요하게 여겼다”면서 “현대인의 순교 역시 근거가 중요하다”고 했다.
“순교자들은 당시 실현되지 않았던 공적인 가치의 실현을 위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들은 불의한 요구에 순응하기보다는 진실을 위해 끝까지 굽히지 않았습니다.”
신앙을 지킨 순교자들은 나아가 사회·정치적인 상황 안에서 옳은 것을 추구하고자 외치던 이들이기도 했다. 쇼켄호프 신부는 “순교자들이 목숨을 잃었던 이유도 황제, 국가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절대적인 존재였기 때문이었다”면서 “국가가 자신을 절대화하려는 유혹에 대해 그리스도인들은 항상 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쇼켄호프 신부는 공적 가치를 위해 순교한 모습의 좋은 예를 한국 순교자들에게서 찾았다. 한국 순교자들은 “계급화된 유교 사회 안에서 모두가 하느님 안에서 평등하다는 이상 실현을 위해 순교”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순교자는 한국 사회의 큰 보물”이라고 평가하며 “현대 한국 신자들은 선조들을 본받아 할 수 있는 순교라 한다면 상호존중, 즉 가정·사회·정치적으로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고 기본권을 박탈당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삶의 모습일 것”이라고 전했다.
순교를 윤리철학으로 바라보는 작업은 독일 윤리신학 권위자인 쇼켄호프 신부에게도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는 “순교자들이 교회 역사 안에서 보물과 같은 존재기 때문에 의미 있고 기뻤다”고 말했다.
“순교자들에 관한 기억을 계속 상기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미래에도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선조들이 피로 지킨 신앙을 갖고 보배롭게 삶에서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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