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미사를 드리러 성당을 향해 걸어갈 때, 간밤의 비로 인해 유난히 더 맑게 갠 하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상쾌한 기분에 신선한 공기를 가득 들이마시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걷다보니, 초록색 잎이 무성한 나무들과 비를 흠뻑 머금고 쑥쑥 자라나는 수풀들이 오늘따라 눈부신 햇살 아래 너무도 새롭게 보입니다. 종종 이곳을 한국의 자연환경과 비교하면서, 바다도 없고 맑은 호수와 작은 언덕조차 없는 곳이라고 불평하곤 하였는데, 사실 이곳은 초목이 지니고 있는 초록빛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운 낙원 같은 곳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알게 된 딩카족의 고대설화들 중 하나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시초에 인간은 나일강의 물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곳에는 질병도 죽음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인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강물 속 세상이 비좁아지자 사람들은 강물 밖 세상을 동경하게 되었습니다. 강물 밖의 세상이 사람이 살기에 가능한 지 알아보기 위해 ‘롱갈 지엘’이라는 추장이 먼저 마른 땅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그곳은 ‘온갖 질병과 죽음의 고통이 있는 곳’으로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돌아가서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사람들이 물 밖으로 나가 사는 것을 반대했습니다. 언제나 존경을 받던 추장의 진심어린 충고였지만, 사람들은 물 속에서 사는 것이 너무도 지겨웠던 터라 그의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마침내 몇몇 사람들이 추장의 태도에 의문을 품고 반기를 들었습니다.
“당신이 왜 우리가 물 밖에 나가 살고자 하는 것을 반대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소. 당신은 물 밖 세상에 먼저 나가 온갖 좋은 것들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우리와 나누는 것이 싫어 반대하는 것이오. 그렇지 않소?”
더 이상 말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음을 깨달은 추장은 강가의 갈대숲에 창을 들고 서서 강물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막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깥세상으로 나오려다 추장이 던진 창에 맞아 죽었습니다. 그러나 탈출시도는 끊이지 않았고, 결국 추장의 조카가 삼촌의 창을 피해 마른 땅을 밟는 것에 첫 번째로 성공하게 되자 모두가 그 뒤를 이어 물 밖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추장은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은 것을 한탄하며 창을 내려놓고 어디론가 떠났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운명의 결과로 마른 땅에서 목마름과 굶주림, 질병과 죽음의 고통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사람들은 삶의 고통을 모르고 살았던 강물 속 세상을 그리워하게 되었지만,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이 설화는 삶의 모든 불행과 고통이 인간의 호기심과 불신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첫 인간이었던 아담과 하와가 뱀의 꼬임에 넘어가 하느님의 사랑에 대해 의심을 품음으로 인해 인간의 삶 안에 고통이 들어오게 되었다는 창세기의 교훈과 놀랍게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저는 요즘 들어서 ‘천상낙원을 꿈꾸며 살라’는 위로보다도, ‘현실의 삶을 낙원에서의 삶처럼 살아가라’는 격려의 말이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을 꿈꾸며 살라고 권하는 것보다 지금의 삶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라고 권하는 편이, 어쩌면 더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아담과 하와가 살았던 에덴의 풍경은 말이야, 나일강의 물 속도 아니고, 너희가 동경하는 한국의 풍경도 아니고. 바로 너희가 태어나서 살고 있는 이 마을의 풍경과 같단다. 낙원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정말 행복한 사람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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