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칙은 서론과 결론 외에 모두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인간 생명에 대한 현대의 위협
제2장: 생명에 관한 그리스도교의 메시지 - 선물로 주어진 생명
제3장: 하느님의 신성한 법 - 책임으로서 주어진 생명
제4장: 인간 생명의 새로운 문화를 위하여 - 생명의 증진 사명
1. 인간 생명에 대한 현대의 위협
회칙 제1장은 인간 생명과 관련하여 현대적 상황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분석한다. 회칙은 가장 먼저 날로 그 강도가 더해 가고 확산되어 가는 인간 생명에 대한 위협, 특히 바로 그 초기와 마지막 단계에서 약하고 무방비 상태인 인간 생명에 대한 위협을 고발한다. 즉 낙태와 인간 배아에 대한 비윤리적 실험, 안락사를 고발하며, 생명을 거스르는 이러한 범죄 행위들의 전례 없는 구체적 특징을 상세히 묘사한다.(11항)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러한 현실을 ‘죽음의 문화’로 설명하고 있다. 즉 현대 사회는 매우 심각한 죄의 구조라고 표현할 수 있는 실재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는 ‘죽음의 문화’라는 형태를 취하는 문화의 출현 때문으로밖에 설명되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12항) 요한 바오로 2세가 분석하는 현대 사회의 ‘죽음의 문화’의 배경에는 일반화된 여론과 공권력, 왜곡된 형태의 자유주의 사상이 자리 잡는다.(11항, 12항, 21항 참조) 일반화된 여론은 생명에 대한 공격들을 더 이상 범죄로 간주하지 않고, 오히려 권리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 위장하는가 하면, 국가는 이러한 위협들을 공권력의 승인아래 묵인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만 것이다.(11항)
이렇게 강력한 ‘죽음의 문화’로 이끌려진 현대 사회이지만 요한 바오로 2세는 결코 ‘생명의 문화’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다. “생명을 선택하라”는 신명기 30장 19절의 말씀처럼 철저히 신앙적이고 도덕적인 선택을 촉구하는 이 초대에 대한 응답이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기 위한 그리스도인 역할과 사명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2. 선물로 주어진 생명
회칙 제2장은 생명에 관한 그리스도교 메시지에 대한 묵상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주요 내용은 ‘선물로 주어진 생명’에 관한 것이다. 생명에 대한 위협 앞에서 모든 신앙인은 결국 겸손과 용기를 가지고 ‘생명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 고백을 요청받기 때문이다. 회칙이 언급하고 있듯이 ‘생명의 복음’은 언제나 구체적이고 인격적인 것이며, 그것은 바로 예수님의 인격 그 자체를 선포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수님의 언행과 인격 자체를 통해서 인간 생명의 가치에 관한 완전한 진리를 알게 될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는 의미이다.(29항 참조)
요한 바오로 2세가 우리에게 묵상하기를 권고하는 ‘생명의 복음’의 핵심은 ‘위대한 인간 생명의 참된 가치’에 대해서이다.(33항) 고귀하지만 연약하고, 죽음과 고통의 위협을 받고 있는 지상의 인간 생명은 그 자체 안에 창조주께서 심어 주신 영원한 생명의 씨앗을 품고 있기 때문에(31항)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과 애정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회칙 「생명의 복음」은 이렇게 하느님의 선물로서의 인간 생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생명이 이 세상에 들어오는 시기와 시간의 영역을 떠나 영원으로 건너가는 시기로 구분하여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한다.(44-46항) 즉 초기 단계의 생명, 곧 아직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생명과 임종에 가까운 생명을 보호하라고 하는 직접적이고도 구체적인 명령은 주어지지 않지만 그러한 상황에 처한 생명에 해를 입히거나, 공격하거나, 실제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단순한 가능성조차도 하느님의 백성의 사고방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3. 책임감으로서의 생명
생명은 인간의 책임감에 위임되어 있는 하느님의 선물이다. 생명의 처음 시작부터 그 마지막까지 생명은 거룩한 것이며 신성불가침한 것이다. 즉 주님께 속한 것이며, 그분의 특별한 보호아래 있는 것이지 인간 자신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다. 생명에 관한 이 진리는 창조주 하느님의 소리가 울리는 모든 인간의 양심 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며,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계약의 중심부에 놓여있는 것이기도 하다.
「생명의 복음」이 언급하는 “살인하지 말라”(출애 34,28: 48항 참조)는 계명은 오늘날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더욱 강력하게 호소되고 있다. 교황은 인간과 하느님의 계약 핵심에 놓여 있는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의 절대적이고 영구적인 가치가 재확인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생명의 복음」은 부당한 침략행위와 사형 제도와 같이 “무고한 인간을 직접, 의도적으로 죽이는 것은 언제나 지극히 부도덕한 행위”(57항)임을 선언한다. 이 원칙은 낙태와 안락사에 매우 잘 적용된다.(62-63항) 무고한 인간 존재를 고의로 죽이는 낙태는 언제나 심각한 윤리적 무질서를 초래하고, 의도적으로 죽음을 야기시키는 작위 또는 부작위로 정의되는 안락사도 하느님 법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회칙은 또한 국가의 실정법과 윤리법 사이의 관계성에 대해 말한다. 특히 국법은 양심의 자리를 대신 취할 수도, 도덕적 규범을 강요할 수도 지시할 수도 없다는 것 그리고 모든 이의 침범할 수 없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존중하고 정의의 근본 토대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민주주의는 다수에 의한 전형적인 원칙에 따라 간단하게 정의되어서는 안 될 뿐 아니라,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스스로의 의견을 낼 수도 없고, 투표를 할 수도 없는 가장 약한 자, 가장 소외받는 자들을 존중하는 도덕적 기초 위에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 강조된다.
4. 생명의 증진 사명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생명 증진을 위한 가장 첫 걸음이며, 생명에 봉사하는 태도와 행동 양식을 이끄는 참된 자유의 삶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에 지나지 않는다. 전 장까지의 내용이 인간 생명에 대한 현실에서의 위협들을 구체적으로 다루었다면 4장에서는 인간 생명의 새로운 문화 건설을 위한 전망을 매우 긍정적이고도 건설적인 관점에서 언급한다.
무엇보다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생명의 복음’은 ‘생명의 말씀’(1요한 1,1)이며 그 안에 “생명이 나타나셨던 분”(1요한 1,2), 곧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해야 하는 교회의 복음화 사명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생명의 백성”으로 표현되고 정의되는 교회는 생명을 선포하고 기리며, 생명에 봉사할 사명을 지니고 있음을 다시 일깨운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현대 사회의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변화시키기 위한 열쇠는 참다운 문화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즉, 진리와 생명, 사랑의 힘이 합해짐으로써 인간 자유가 그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될 “생명의 문화”를 증진시키는 것이다.(96항) 이 문화적 변모는 모든 개인, 특히 가장 힘없는 사람들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성의 가치를 인간 발전의 측면에서 인식하며, 고통과 죽음의 신비적 의미를 받아들이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필요로 한다.(98항)
▲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생명의 백성인 교회가 생명을 선포하고 기리며, 생명에 봉사할 사명을 지니고 있음을 다시 일깨웠다. 사진은 지난 5월 4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프로라이프 행진에 참가한 청년들. 【C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