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학문을 수학하고 연구, 발전시키는 여정에서 올바른 번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또 좋은 책을 우리말로 소개하는 것은 학자들에게 주어진 중요한 몫이기도 하다.
특히 이재룡 신부(서울대교구)는 “늘 배우는 학생의 마음으로 훌륭한 학자들의 저서를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번역서를 내는 데에도 힘을 쓰게 됐다”고 말하는 학자여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이 신부는 올해 한국 가톨릭학술상 ‘번역상’ 세 번째 수상의 주인공으로서 독자들과 다시 만나게 됐다. 수상자 선정 소식에 이 신부는 “남을 위해서라기보다 내 자신이 먼저 배움의 폭을 넓히기 위해 책을 내게 됐다”며 “우수한 역자들과 역서들이 많은 상황에서 수상하게 돼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이 신부는 국내 토마스 아퀴나스 연구자로도 손꼽히는 철학자로서, 평소 토마스 아퀴나스 관련 저서들을 번역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한국가톨릭철학회 창립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가톨릭 철학 발전에 힘을 실어왔으며, ‘가톨릭문화총서’ 기획위원장으로도 오랜 시간 활동해왔다.
가톨릭 학술상 번역상 수상작인 「자유인」은 이미 10여 년 전에 번역해둔 원고였지만, 이탈리아와 한국 출판사 등의 사정으로 인해 뒤늦게 출간한 역서다. 이 신부는 「자유인」은 “인간의 자유는 수많은 한계를 안고 있는 유한한 자유이며, 자유 그 자체가 절대적 목표가 아니라 자신과 이웃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사랑을 실현하기 위해 주어진 소중한 수단적 조건임을 밝힌 책”이라고 설명한다.
이 신부는 특히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도덕, 규범조차도 자유에 대한 침해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무엇이든 무분별하게 다 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며, 그러한 모습은 ‘인간화’되지 않은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세속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 현실을 지적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라도 ‘자유’에 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정한 자유는 영혼을 돌보고 영혼의 품위를 높이는 것과 관련됩니다. 철학은 역사적, 경험적인 것이 아닌 보편적, 일반적인 것을 다루다보니 불가피하게 추상적이지만, 이러한 철학적 사유가 바탕이 될 때 하느님께 선물로 받은 자유를 온전히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재룡 신부는
이재룡 신부(서울대교구)는 1982년 사제품을 받고 이어 이탈리아 로마 우르바노 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3년부터 2011년까지 가톨릭대 성신·성의교정 철학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 혜화동본당 주임으로 사목 중이다. 또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요약」, 「신앙과 이성」, 「인식론의 역사」, 「철학여행」 등 다수의 양서를 우리말로 번역, 출간해왔다.
■ 수상작 「자유인」은
‘진정 자유롭다는 것은 무엇인가’
삶의 목적과 의미 명상하며 해답 모색
저자인 바티스타 몬딘 신부(전 이탈리아 로마 우르바노대 교수)는 현대인들이 영적이고 도덕적인 자원들을 낭비하는 모습은 자유가 아닌 ‘방종’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어 ‘인간은 왜 자유를 누리는 것일까’ ‘진정 자유롭다는 것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던진다. 이 해답을 모색하기 위해 우선 1부에서는 과거 위대한 사상가들이 숙고한 자유에 관한 결실들을 검토한다. 각 사상가들의 주요 가르침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날카로운 평가도 덧붙였다. 이어 그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자유에 관한 자신의 통찰을 종합적으로 제시한다. 인간이 처한 현실과 영적 자원들, 우리의 능력과 의무들, 인생의 목적과 실존의 의미를 명상함으로써 해답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이 책은 가톨릭출판사가 기획, 출간하는 ‘가톨릭문화총서’ 36번째 권으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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