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들의 친구가 되어 드리면 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 나누는 그런 친구요.”
이윤희(우술 수산나·45·서울 대방동본당·사진)씨가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에서 25년 간 봉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청각장애인을 비롯한 선교회 가족들과의 깊은 우정이다. 그는 선교회와 함께한 긴 세월을 “같이해서 즐거웠고 나눔으로써 행복했다”라는 말로 정리했다. 단 두 마디 말이지만 이씨가 청각장애인들과 나눈 우정의 깊이를 가늠하기에는 충분하다.
이씨는 매 주일마다 대방동 집에서 수유동 선교회까지 찾아간다. 직장 생활에 피곤할 법도 하지만 거르는 일이 없다. 그에게는 선교회가 재충전 공간이자 쉼터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친구’들과 쌓은 소소한 즐거움이 바로 그의 활력소이다.
선교회에 대한 애정만큼 그는 이곳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주일학교 교사, 반딧불 모임 회장, 수화통역사 등에 최근에는 하나가 더 생겼다. 청각장애인 성당 건립을 위한 후원미사 중 청각·언어장애인사목 전담 박민서 신부의 수화를 비장애인들에게 말로 통역하는 일이다.
1989년 친구의 제안으로 수화를 배우면서 선교회와 인연을 맺은 이씨는 이제 봉사자 중에서도 최고참이다. 선교회는 지난 8월 말 그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축하 파티를 마련했다. 25년은 청각장애인들과 함께 만든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대신한 그에게 “언제까지 선교회에서 봉사를 할 계획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살며시 미소를 머금은 채 그는 답했다.
“친구끼리 우리 언제까지만 친하게 지내자고 말하나요? 선교회 가족들은 지금까지도 제 친구였고, 앞으로도 제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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