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와 실용신안까지 받은 자신만의 자수법 ‘혼자수’로, 성화와 세계적 명화를 비단에 새겨낸 이가 있다.
바로 경북 경주시 노동동 37 ‘혼자수 미술관’에서 ‘거장들의 예수님 생애전’을 진행하고 있는 이용주(세례자 요한·58·대구대교구 경주 성동본당) 작가다. 그는 올 4월부터 카르바조 ‘의심하는 도마’,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미켈란젤로 ‘최후의 심판’ 등 46개의 명작 자수 작품을 전시 중이다.
“이곳에 있는 작품들을 완성하는 데 17년이 걸렸습니다. 수태고지부터 시작해 부활, 승천 등 예수님 삶 전체를 한 자리에 모으고자 했던 목표를 달성한 셈이죠.”
이 작가가 자수를 처음 만난 것은 고등학생 때. 어려서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던 이 작가에게 자수 작업의 밑배경을 그려달라는 부탁이 왔다. 표현하고자하는 그림을 색까지 정확하게 비단에 그린 다음, 그 위에 색실로 수를 놓는 우리나라 ‘전통 가색자수’의 과정을 덕분에 알게 됐다.
이후 자수는 잊고 살았다. 하지만 ‘한 분야에서 일류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자수’가 그 대상이 됐다. 1995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공방을 차린 이 작가는 자신만의 자수법을 찾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다. 그 결과 2002년 ‘사실감이 풍부한 손자수 방법’으로 실용실안을 등록했고 2004년에는 특허까지 받았다.
질감을 살리기 위해 비단실을 느슨하게 혹은 두껍게 꼬는 등 실의 사용법에 변화를 주고,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실을 여러 번 겹쳐 엮는 등 자신만의 비법들을 쌓은 결과였다. 이 작가는 ‘혼을 담아’ 작업을 한다는 의미에서 ‘혼자수’라 이름 붙였고, 이후 자신만의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2009년 예술의 전당 ‘구스타프 클림트 전’ 당시에는 클림트의 유명작 10여 점을 의뢰받아 자수로 제작, VIP룸에 전시했다. 최근에는 터키 이스탄불시의 시빈(市賓, 시에서 작품활동을 지원)작가로 작품을 의뢰받았다.
이 작가의 혼자수는 특히 인물화에서 그 빛을 발한다. 비단실로 표현한 입체감·생동감 넘치는 ‘세상 유일의 초상화’에 유명인들이 관심을 나타냈다.
셀린 디온, 엔니오 모리꼬네, 블랙 아이드 피스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 중이다. 셀린 디온은 “실을 일일이 엮은 정성과 섬세한 묘사가 놀랍다”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2013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 초상을 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총회에 참석한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 구르트 코흐 추기경에게 전달,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전통 자수를 다음 세대로 계승시키는 것이 ‘소명’이라는 이 작가는 최근 새로운 작품전을 기획 중이다. 명화 원작을 만날 기회가 드문 학생들을 위해 ‘교과서에 실린 명화들’을 실제 사이즈 그대로 자수로 옮기는 작업이다.
“저는 일종의 ‘도구’가 되고 싶습니다. 자수를 다음 세대로 잇는 도구, 제 작품을 통해 예수님을 만나게 하는 도구, 예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많은 이들이 원작의 느낌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도구 등의 역할을 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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