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페이스북에서 고독에 대해 예찬하는 글을 본적이 있다. 고독을 찬양하는 사람들조차 페이스북에 들어와 자신이 생각한 고독의 유용성에 대해 말한다. 그 말이 공유되는 순간, ‘고독’조차도 페이스북 안에서는 전혀 고독하지 않은 듯 보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페이스북은 이제 일상이 된 듯하다. 그런데 그 페이스북이라는 일상은 그냥 일상이 아니라 매우 위력적인 일상이다.
한 두마디 말로 페이스북의 위력과 성공의 근원을 요약할 수는 없을 듯하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지닌 그 위력의 근원은 사실 매우 평범하다.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페이스북의 위력은 그것이 인터넷의 특징과 이상을 가장 잘 받아들였다는 점에 있다. 인터넷이 사실은 페이스북으로 대변되는 ‘SNS’라는 미래의 꽃을 피우기 위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간단히 말해 인터넷의 특징은 ‘연결’에 있다. 그런데 이 연결이란 것이 무엇인가? 인터넷이 연결해 주는 것은 우선 서로 분리되어 있는 플랫폼들이다. 컴퓨터, 모바일기기 등의 플랫폼에서 사용자들은 다양한 메시지들을 만들어내고 변형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메시지들은 인터넷을 통해 저편의 플랫폼으로 전송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만들어 내지 않은 정보 혹은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인터넷은 또한 사람과 정보를 이어준다. 이러한 플랫폼의 연결, 나아가 정보의 연결을 통해 결국 인터넷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킨다. 인터넷을 통한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라는 것은 여전히 모호하지만, 어쨌든 그것이 인터넷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자 이상(理想)인 것만은 분명하다. 바로 여기서 페이스북의 특징을 관찰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그 특유의 기능들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라는 인터넷의 특징과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킨다. ‘구체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수 있겠다.
페이스북은, 우리들의 일상을 구성하는 다양한 단면들을 서로 (실시간으로) 공유하도록 해줌으로써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이루어준다. 내가 아는 사람들의 생각, 그들이 먹고 보는 것들, 그들이 듣는 소리들과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 - 이러한 것들로 구성된 상대방의 ‘시간’에 서로 반응하고 그 시간을 서로 공유하는 가운데, 페이스북은 사물들의 연결과는 전혀 다른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사실, 바로 이 사람과 사람사이의 연결에 인터넷의 근원이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페이스북은 인터넷의 관계지향적 속성을 거스르지 않으며 인터넷의 순리에 ‘구체적’이며 참신한 방식으로 순응한다 말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위력은, 페이스북을 가능케한 ‘인터넷’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특징과 쓰임새를 관찰할 때에 비로소 분명히 드러난다. 인터넷이 왕이라면, 페이스북은 그 왕의 존재이유와 목적을 가장 잘 이해한 영리한 충신이라 할 수 있다.
1999년 서울대교구 사제로 서품됐으며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학교에서 ‘매스컴과 종교의 관계 연구’로 신문방송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