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에 새롭게 시작하는 예비신자 교리반에 신청하시는 분들이 예년에 비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몇몇 수녀님께 들었습니다. 교황님 덕분이 아닐까라고 생각하시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지난 여름 대한민국의 많은 분들이 교황님의 말씀과 행동으로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남녀노소, 신자와 비신자를 넘어서 많은 분들이 기뻐했습니다. 그 결과가 이번 가을 예비자 교리반 신청으로 이어지는 모양입니다. 참 기쁜 일이고 고마운 일입니다.
교황님께서 보여주신 발걸음과 손길, 그분께서 우리에게 남겨주신 복음의 말씀들은 참으로 놀랍고도 또 단순했습니다. 엄청 어려운 어떤 일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일들이었고, 평소에 우리가 쉽게 하는 말과 많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감동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복음은 이렇게 보고 들으면서 전해집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가서 복음을 가르치고 지키게 하라고 하십니다. 우리에게 이 말씀은 낯설지 않습니다. ‘주님과 함께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주님과 함께 가서 복음을 실천합시다’, ‘가서 그리스도의 평화를 나눕시다’,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주님을 찬미합시다’ 세상으로 나가 복음을 전하라는 파견을 미사 끝에 듣습니다. 우리는 항상 파견 받는 사람입니다.
이 마음으로 미사를 마치고 일상 안으로 들어갑니다. 파견 받은 이 마음을 전하고 실천하고자 부단히 노력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유혹에 쉽게 넘어지는 저희들이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일에 머뭇거리고 주저합니다. 복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내가 이렇게 잘 못 하는데 누굴 인도한다는 것인가! 내가 좀 더 신앙적으로 성숙하고 깊어지면 그때 사람들을 성당으로 안내할 수 있을 거야. 우리는 이렇게 나를 정당화합니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대답을 내놓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마지막에 한 말씀 덧붙이셨습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우리는 잘 못 하고 망설이기 일쑤고 용기와 지혜가 부족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모든 것을 알고 계십니다. 우리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워 주시고자 항상 곁에 있겠다고 하십니다.
이제 할 수 있겠지요! 내 믿음이 깊고 내 기도 생활이 충만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성당으로 초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나를 통해 그분들을 부르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예수님께서 계십니다. 나는 말주변이 없다. 숫기가 없다. 그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드러내려는 마음과 정성을 사람들은 알기 마련입니다. 나의 부족분을 예수님께서 채워주실 것입니다.
우리가 보고 들은 복음을 자녀, 친구, 이웃, 세상에 전해야 합니다. 사실 전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몰라서 망설입니다. 가장 어렵게 느끼면서도 쉬운 것이 신자 아닌 분들과 식사 때 성호를 긋고 식사 전 기도를 하고 숟가락을 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면 어떤 분이 찾아올 것입니다. “가톨릭 신자셨어요? 저도 신자입니다. 세례명이 어떻게 되세요?” 이렇게 우리는 신앙을 서로 확인하고 격려하면서 복음을 전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틈날 때 묵주반지, 묵주팔찌를 돌리며 묵주기도를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기도가 필요한 사람들을 마음에 담고서.
교황님께서 여름에 저희들에게 보여주신 것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간단하면서도 사람들 마음을 크게 감동시키셨죠. 예수님께서 저희와 함께 하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 약속을 품고 세상으로 나가 기도와 실천으로 복음을 전합시다.
김동일 신부는 2003년 예수회 입회,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필리핀 마닐라 LST(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1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으로 활동 중이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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