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홀로 한국에 들어와 가사도우미로 일해 온 필리핀 출신 넬다(52)씨는 올 1월 몸에 이상을 느꼈다. 돌보던 아이가 넬다씨의 가슴으로 달려들어 세게 부딪힌 이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유방암 3기’.
신세를 한탄할 여유도 없었다. 의사는 “임파선 전이가 보이는 진행성 유방암”이라며, 늦으면 늦을수록 위험하니 하루빨리 수술할 것을 권했다.
즉시 수술날짜를 잡았다. 종양이 있는 오른쪽 가슴과 임파선을 적출하는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더 큰 문제가 시작됐다. 지속적으로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받아야 했고, 면역력이 떨어져 세균 감염이 우려되기 때문에 1인실을 사용해야 했다. 한 번 치료받는데 필요한 비용이 400~500만 원 가량인데 병원에서는 이 치료를 10번 이상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적게 잡아도 총 치료비용은 5000만 원 이상이고 경과에 따라서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수술을 하면서 그나마 유일한 수입원이던 가사도우미 일을 그만 둔 넬다씨는 막막했다. 미등록 노동자이기 때문에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도 없고, 그동안 번 돈은 전부 필리핀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서 수중에는 현재 단 한 푼의 돈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가족들에게 손을 벌릴 수도 없다. 지난해 말 필리핀을 강타한 태풍 ‘하이옌’의 영향으로 넬다씨의 고향은 초토화됐고, 그녀의 가족들 역시 큰 피해를 입었다. 태풍이 지나간 지 1년이 다 됐지만 여전히 힘겹게 살아가는 가족들에게 그녀는 자신의 딱한 처지를 아직 알리지도 못하고 있다.
“아플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쓸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외하고 다 필리핀 가족들에게 보냈어요. 조카들 공부시키고 또 가난한 우리 가족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요. 그것이 제가 한국에 온 이유니까요.”
이러한 넬다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병원은 사회사업팀과 연계해 치료비를 미수금 처리하고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 광주엠마우스 이주사목센터에서도 모금을 시작해 작은 도움이나마 주고 있다. 필리핀 공동체는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의 엄마 역할을 해온 넬다씨를 위해 매주 토요일마다 모여서 묵주기도를 바친다.
광주엠마우스 이주사목센터장 마우리찌오 신부는 “넬다씨는 행사 때마다 맛있는 필리핀 음식을 해 와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타지에서 고생하는 젊은 노동자들에게 엄마 역할을 하고 있다”며 “부디 넬다씨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필리핀 공동체를 비롯한 광주엠마우스 후원자들은 외롭게 투병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넬다씨에게 큰 힘이고 든든한 가족이다. 그들 덕분에 넬다씨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다시금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운다.
“지금은 다른 생각 하나도 못해요. 필리핀에 있는 가족들과 여기 한국에서 가족이 된 필리핀 공동체를 위해서라도 그저 열심히 먹고 운동해서 암을 극복할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성금계좌※
우리은행 702-04-107881
농협 703-01-360446
국민은행 801301-01-584914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