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예술제가 좀 더 청소년의 신앙에 도움이 될 수는 없을까. 수원 북수동본당(주임 나경환 신부)은 본당 주일학교 모든 청소년이 참여하는 신앙뮤지컬로 교리와 성탄예술제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해마다 2학기에 들어서면 북수동본당 중고등부 청소년들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본당 중고등부예술제인 ‘미카엘의 밤’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청소년들은 대본을 작성하고 안무와 연기를 연습하며 때로는 열띤 토론을 벌이며 연출을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신앙뮤지컬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청소년이 직접 주관하는 모습은 북수동본당 중고등부 ‘돈보스코 학생회’가 10년이 넘게 이어온 전통이다.
본당이 뮤지컬을 공연하게 된 것은 그동안 진행해온 성탄예술제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됐다. 성탄예술제의 대부분은 개그콩트, 대중가요나 아이돌의 안무따라하기 등 신앙과 관계없고 오히려 세속적인 공연이었다. 성탄예술제로 청소년들이 즐거워하는 것은 좋지만, 1년 동안 교리를 배워온 청소년들의 마무리가 비신앙적인 것이라면 의미가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반면 신앙뮤지컬은 청소년들에게 생생한 교리교육의 장이 됐다. 뮤지컬의 주제가 신앙인만큼 청소년들은 스스로 신앙에 관해 고민한다. 본당 청소년들은 성인이나 순교자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학교·성당·가정에서 부모·친구들과의 관계 속에 하느님을 체험하는 자신들의 진지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뮤지컬로 담아내왔다.
대본 작성과 공연 연출은 청소년들이 일상 안에서 미처 생각지 못하는 교리지식을 공부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청소년이 직접 작성한 뮤지컬 초안에는 청소년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교리에 맞지 않는 생각이나 습관이 많다. 청소년들은 교리교사와 함께 대본을 검토·수정하며 가톨릭 교리와 정신에 맞는 모습을 배워나간다. 또 주일학교 모든 청소년이 참여해 신앙을 주제로 한 공연을 만드는 만큼 공동체 안에서 이뤄지는 신앙도 체험한다.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직접 만드는 뮤지컬이 즐겁다는 반응이다. 공연이 다가올 무렵이면 북수동성당은 매일같이 청소년으로 북적인다. 완성도 높은 공연을 위해 청소년 스스로 성당에 모이는 것이다. 공연의 즐거움을 체험한 졸업생들도 후배들의 발성, 안무, 연기지도 등 후배들의 공연 연습에 발 벗고 나선다. 청소년들은 뮤지컬을 준비하며 자신도 모르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기도 한다. 졸업자 중에는 본당 뮤지컬로 자신의 재능을 찾아 뮤지컬배우로 활동하게 된 이도 있다.
본당도 청소년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본당은 단순히 약 6개월가량 진행되는 청소년들의 뮤지컬 준비비용을 지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본당 모든 청소년들이 유명 뮤지컬을 관람하며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본당 중고등부는 올해도 지난 5월 뮤지컬 그리스를 관람했다.
본당 청소년사목위원장 정준교(스테파노·57)씨는 “대중문화의 영향 속에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고급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면서 “뮤지컬을 관람하고 직접 공연하면서 청소년들이 교회 안에서 새로운 세계관, 문화적 감수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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