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회에 경찰사목을 전담하는 신부는 단 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신문이 경찰의 날(10월 21일)을 앞두고 전국 각 교구의 경찰사목 현황을 파악한 결과 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위원장 이대수 신부)의 위원장과 부위원장 신부만이 본당 또는 타 직장직종 사목과 겸임하지 않고 경찰사목에만 종사하고 있었다.
전국의 경찰 인력은 10만여 명으로 육해공 군병력의 20% 가까운 수치지만 군사목과는 현격한 격차를 보이는 것이다. 현재 군종신부는 94명, 군종본당은 육군 59개, 해군 14개, 공군 19개 등 총 92개에 이른다. 군사목이 한국전쟁 중인 1951년 시작된 것과 달리 경찰사목은 서울대교구에서 2000년에야 시작, 그해 처음으로 경찰서에 사제를 파견했다. 1970년 경부터 경찰사목을 시작한 개신교, 불교와 비교해도 천주교 경찰사목의 역사는 30년이나 뒤진다.
이에 대해 이대수 신부는 “1950년대 이후 민주화 시대를 겪으며 천주교는 역대 정권과 대립적인 이미지로 비쳐졌고 특히 현실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경찰을 천주교회가 신앙적 ‘돌봄’(Care)의 대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사목은 일반 본당의 공소에 해당하는 경찰서 내 경신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전국의 경신실 개수는 69개로 파악됐다. 경신실의 분포와 운용 현황을 보면 수도권 교구인 서울, 인천, 의정부 3개 교구와 청주교구에서만 경찰사목이 일정 부분 체계적인 모습을 보일 뿐 그 외의 지방교구에서는 경신실이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교구에는 관내 31개 경찰서와 5개 기동단에 모두 35개의 경신실이 설치돼 있다. 실질적으로 서울시내 모든 경찰관서에 경신실이 들어가 활동 중이다. 인천교구는 관내 원미경찰서와 강화경찰서를 제외하고 15개 경찰서에 경신실을 운용 중이며 서울대교구에서 분리해 나간 의정부교구는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과 양주·의정부·일산·파주경찰서 등 5군데에 경신실이 있다. 또한 청주교구는 청주지방경찰청과 중앙경찰학교, 흥덕·청원경찰서 등 4곳의 경신실을 보유하고 있어 지방교구에서는 가장 활발히 경찰사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는 대구대교구 1곳(대구지방경찰청), 수원교구 1곳(경기지방경찰청), 마산교구 1곳(경남지방경찰청), 부산교구 2곳(부산지방경찰청, 울산지방경찰청), 광주대교구 1곳(광주지방경찰청), 전주교구 1곳(전북지방경찰청), 대전교구 2곳(대전지방경찰청, 충남지방경찰청), 제주교구 1곳(서귀포경찰서)씩으로 대부분 각 지방경찰청 단위에만 경신실이 분포했다.
춘천·원주·안동 등 3개 교구에는 경신실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주교구의 경우 사회사목국 교정사목 담당 안경진 신부가 최근 경찰 교우회 조직을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전국 69개 경신실 중 매주 미사가 봉헌되는 곳은 서울대교구의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 의정부교구의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청주교구의 중앙경찰학교, 부산교구의 부산·울산지방경찰청 등 6곳이다. 월 2회 미사가 봉헌되는 의정부교구 파주경찰서 경신실을 제외하면 상당수 경신실이 월 1회 미사 봉헌을 하고 있었다. 대구지방경찰청, 경남지방경찰청, 광주지방경찰청, 서귀포경찰서 등 일부 경신실은 미사가 없거나 경찰의 날 및 대축일 등에만 미사가 봉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에서 시행 중인 ‘경찰사목 협력사제’ 제도는 경찰사목 확대를 위해 타 교구에서 도입할 필요가 크다는 지적이 있다. 경찰사목 협력사제는 서울시내 각 경찰서 인근 본당 사제로서 월 1회 경신실 미사를 봉헌하고 자유재량으로 경찰관과 의경들을 위한 사목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청주교구에서도 내덕동본당에서 청주지방경찰청 경신실 미사를, 덕암본당에서 청원경찰서 경신실 미사를 봉헌한다.
이대수 신부는 이와 관련 “협력사제 제도나 서울 경찰사목위에서 큰 성과를 본 경찰 대원들의 자살예방과 인성교육 프로그램 ‘해피 아트 테라피’ 등의 확대 실시를 위해서는 교구 간 ‘경찰사목 공통 네트워크’ 구성을 해야 한다”며 “과거 서울 경찰사목위에서 네트워크 구성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 타 교구의 인식 차이로 실패했고 전국 교구 차원의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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