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인터넷중독자’로 낙인찍힌 저,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해야 좋을까요?
저희 부모님은 제가 밤늦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걸 보시고는 저를 인터넷 중독으로 보십니다. 저는 검사도 해봤지만 중독은 아니었어요. 부모님은 제가 조금만 오래 핸드폰을 잡거나 컴퓨터 하는 것을 보시면 저를 항상 인터넷 중독자로 낙인을 찍고 혼을 내십니다. 컴퓨터 없이는 숙제도 못하는 세상이잖아요.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까요?(중1 베드로)
A. 스마트폰 사용을 조금 미루고 등산과 독서, 봉사동아리 등 다른 더 좋은 취미활동을 찾아보세요.
네! 베드로의 말대로 컴퓨터 없이는 숙제도, 공부도, 친구 사귐도 곤란한 세상이 됐습니다. 세상이 변했지요. 쉽게 컴맹이라는 말을 할 만큼 컴퓨터는 우리 일상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는 분명 부모님도 아셔야 하고 배우셔야 할 부분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베드로가 생각할 것은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입니다. 부모님의 입장에서 보면 스마트폰과 같은 현대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일과, 부모의 역할은 다릅니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스티브잡스는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변화시킨 장본인입니다. 하지만 그를 직접 취재한 뉴욕타임스 기자는 ‘잡스는 구식 부모였다’고 합니다. 취재당시 그의 세 자녀는 19살, 15살, 12살이었는데 잡스는 집에서 아이패드나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아이패드에 각종 어린이용 앱과 그림책들을 깔아 아이들이 빠지도록 만든 장본인인 그가 정작 자기 자녀들에게는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거지요. 대신 잡스는 저녁마다 길고 커다란 식탁에 앉아 아이들과 책이야기, 철학, 역사 등 다양한 화제로 이야기를 나눴고, 자녀 중 누구도 아이패드나 컴퓨터 등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면 아이패드나 스마트폰은 나쁜 물건이고 그것을 남의 집 아이들에게만 파는 잡스는 나쁜 사람일까요? 어쩌면 잡스는 스마트폰이 좋은 기기이면서도 인간에게 미치는 단점에 대해 고민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어린 자녀들에게는 피해가길 바랬겠지요. 잡스의 기업가로서의 역할과 부모로서의 역할이 다름을 말해주는 부분입니다. 자식에게는 적절한때에 더 나은 것을 주고 싶은 것이 부모입니다. 좋은 책과의 만남, 사색, 이웃들과 정답게 나누는 친교 등 분명 베드로의 부모님도 그런 마음으로 화를 내셨을 거예요.
베드로의 글에서 하나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중독 검사를 해봤는데 중독은 아니라는 대목입니다. 그러면 중독 가까이 간 것인가요? 수녀님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데 가끔 유혹을 받습니다. 이것저것 찾아보는 재미에 계속하고 싶은 유혹이지요. 이렇듯 스마트폰은 강력한 마력이 있어 우리를 중독에 이르게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고, 중독이 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분명 부모님은 그것을 걱정하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이면 한참 성장할 때이고 이때의 수면은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도 아실 것입니다. 우리의 뇌 속에는 수면시계가 있어서 수면이 부족할 때는 성장이 더뎌지고, 면역력 저하, 짜증이나 불안 등의 정서변화로 주의력과 기억력이 결핍되기도 합니다. 심각하게는 뇌 회로 손상까지 가져올 수 있지요. 중학교 1학년이면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고 10시에는 잠을 자는 게 좋습니다.
이쯤에서 결론을 내려 볼까요? 수녀님이 구식이라는 말을 들을 각오로 이야기합니다. 스마트폰의 사용을 조금만 더 미뤄보면 어떨까요? 폴더폰으로 바꿔보는 겁니다. 수녀님과 만나는 여러 친구들이 폴더폰을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힘들 것 같지만 그 친구들 의외로 기뻐합니다. 대신 다른 좋은 것들을 만났기 때문이지요. 등산과 같은 좋은 취미와 책읽기 그리고 봉사동아리 활동 등을 통한 매력과 성취감입니다. 베드로의 멋진 선택도 기대하며 좋으신 하느님께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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