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9일 열리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임시총회가 회기 절반을 넘긴 시점, 모든 참석자들은 돌아가면서 가정과 가정사목에 대한 체험과 견해를 일주일 동안 나누고 건의서 초안을 작성했다. 이어지는 두 번째 주간에는 건의서 내용을 언어권별 그룹에서 토의한 뒤, 이를 폐막 전날인 18일 투표에 부친다.
대개의 경우 주교대의원회의 첫 단계인 참석자들의 발표문은 문서화되어 발표됐지만, 이번 총회에서는 이 절차를 생략하고 대신 수 명의 대변인들이 공동으로 매일 브리핑을 갖고 그날 발표된 내용들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건의서 작성의 바탕이 된 첫 일주일 동안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살펴본다.
열린 논의와 달라진 태도
1980년 ‘그리스도인 가정’을 주제로 한 제5차 정기총회 이후 34년 뒤인 올해 총회는 얼마나 많은 것이 바뀌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가장 큰 변화는 개방적인 논의가 교황에 의해 직접 고무된다는 점.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과 의견이 엇갈린다고 하더라도 주저 말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말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두 번째는 ‘혼인 무효’ 절차에 대한 태도 변화이다. 미국 교회는 1980년 당시 혼인 무효를 남발했다고 비난 받았는데, 지금은 현재의 혼인 무효화 절차 자체가 너무 복잡하고 율법주의적이라고 비난받는다. 애당초 이번 총회 의안집에서도 전세계 주교들 사이에서 사목적 관점에서 이러한 복잡한 절차들을 좀 더 단순화할 필요성에 대해 폭넓은 공감이 형성돼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피임’에 대한 교회 가르침의 혼란 없애 달라
총회에 참석한 브라질 출신의 한 부부는 총회에서 출산 조절에 대한 ‘상반된 조언’을 멈추고 가톨릭 신자들이 피임에 반대하는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다. 세 아이를 둔 결혼 생활 41년의 이들 부부는 9일 오전 회의에서 “많은 신자들이 자연주기법을 따르는 것을 의무라고 생각지 않고 인공피임에 윤리적 문제가 있는 것을 알지 못한다”며 “더욱이 교회 안에서도 종종 교회 가르침에 상반되는 조언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파리대교구장 앙드레 빙-트로아 추기경은 “가톨릭 신자들은 종종 인공피임이 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결국 고해성사 때 고백하지도 않고 아무 생각없이 영성체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혼 후 재혼부부 영성체 문제만 집중하지 말라
필리핀 타글레 추기경은 총회가 지나치게 이혼 후 재혼한 신자의 영성체 문제에만 집중하지 말고 좀 더 폭넓은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타글레 추기경은 주교대의원회의 개막에 즈음해 가톨릭계 통신사인 CNS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혼 후 재혼한 신자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가 열린 마음과 선의를 바탕으로 심층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그는 만연한 빈곤과 이주 문제를 포함해서 가정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다른 문제들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필리핀만 해도 부부의 별거 문제가 큰 사회 문제인데, 이는 이혼 때문이 아니라 가난 때문에 부부 중 한 명이 해외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리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목적으로 새롭게 접근하려는 것
세계주교대의원회의는 교회의 교리를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새롭고 창의적인 사목적 접근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토마스 로시카 신부는 “누구도 교리를 바꿀 필요성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다”며 “원하는 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대주교, 산아제한 관련 서구식 태도의 문제점 지적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출신 이냐시오 카이가마 대주교는 8일 기자회견에서 서구 사회의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과 서구 문화의 강요에 대해 비판했다.
카이가마 대주교는 특히 산아제한 문제와 관련, “서구 선진국들이 우리가 산아제한을 하면 많은 것을 주겠다고 말한다”며 “도대체 누가 당신들에게 우리 대륙이 인구 과잉이라고 말해주었는가?”하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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