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미래 복음화를 위한 「50주년 교서」는 “교회는 복음을 생생하게 전파하는 ‘소통하는 교회’로 자신을 이해하고 있다”(21항)고 말한다.
과연 교회의 모든 사목에는 소통이 필요하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세대 간의 소통, 다른 문화 간의 소통에는 갈등이 빠지지 않는다.
그리스도 안에서 이룬 참된 소통으로 청소년·이주민과 일치를 이룬 평택대리구 비전동본당(주임 최재철 신부)과 성남대리구 광주본당(주임 김길민 신부)을 찾아가봤다.
“평화를 빕니다!”
19일 오전 9시 비전동성당. 평화의 인사 시간에 이지성 보좌신부가 제대에서 내려와 청소년에게 평화의 인사를 하자 청소년이 와락 신부의 품에 안긴다. 이어 모든 청소년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신부의 품에 안긴다. 신부에 이어 교사들도 청소년과 인사를 나눈다. 누구 하나 꺼리는 표정을 짓는 이가 없다. 오히려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신부와 교사들은 청소년을 만나며 안부를 묻기도 하고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청소년들은 자신들 곁에 사제가, 교사가 함께 있음을 느낀다. 본당 청소년사목의 소통은 ‘함께 있음’에서 시작된다.
‘함께 있음’의 노력은 사제, 교사에서 그치지 않는다. 본당의 모든 신자들은 기도로 청소년과 함께한다. 매주일 모든 미사의 보편지향기도 4번째 기도는 청소년을 위한 기도다. 본당 주보 한구석에는 그 주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지향을 적어 함께 기도해달라고 요청하는 공지사항이 있다. 본당만의 청소년을 위한 기도문도 만들어 함께 봉헌하고 있다. 신자들은 매 주일미사에서 자연스럽게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미사를 마치자 청소년들이 왁자지껄 교리실로 향했다. 교리가 싫은 청소년을 억지로 데려온 듯한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청소년들은 교사들보다도 먼저 교리실에 앉아 있었다. 교리 내용이 다른 본당보다 특별한 것도, 교회 밖의 흥미로운 무언가를 교리실로 들인 것도 아니었지만, 청소년들은 교사들과 주거니 받거니 재미있다는 듯이 교리에 참여했다.
재미있는 교리의 비결은 단순하다. 교사와 청소년들이 친하다는 것이다. 본당 교사들은 매주일 미사와 교리 이외에도 SNS·문자메시지 등으로 청소년과 소통하고 있다.
또 본당은 몇 해째 본당 주일학교끼리만 하는 자체 캠프를 고수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고등부의 모든 행사에 교사 모두가 다 참여하며 청소년과 자주 만난 결과, 친분이 쌓였다. 송현호(사도요한·17)군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모두 친하다”면서 서로 친한 이유로 “신부님과 선생님이 모두 우리를 챙겨준다는 느낌을 느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청소년과 교사의 관계는 청소년의 교리 참여도만 높인 것이 아니다. 청소년의 실천적인 면에도 영향을 미쳤다. 본당 청소년미사에서는 떠들거나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리는 청소년을 보기 어렵다. 또 거의 모든 여학생이 미사포를 쓰고 있다. 미사 때 마다 항상 미사포를 쓴다는 김아영(마르티나·15)양은 “미사포를 잘 안 쓰다가 중고등부에 들어와 선생님들이 쓰라고 하셔서 쓰게 됐다”면서 “미사포 쓰는 데 불편한 것도 없고 성당에 오면 편하다”고 밝혔다.
교리가 끝날 무렵이 되자 군침 도는 음식 냄새가 코를 찌른다. 오늘의 간식은 떡만두국. 자모들이 직접 만든 떡만두국은 조미료 없이 이미 2시간 전부터 우려낸 육수로 만들었다. 자모회는 매주 손수 청소년들을 위해 간식을 조리하고 있다. 자모들은 청소년들을 만나며 간식을 건넨다.
자모회에서 실제 활동하고 있는 자모만도 초등부 40명, 중고등부 35명 가량이다. 중고등부 자모회장 이영숙(소피아·39)씨는 “신부님과 교사회, 청소년위원회가 많은 관심을 보여 자모회가 많이 활성화됐다”면서 “얼마 전에는 고3 수험생들이 그동안 감사했다면서 묵주와 손 편지를 줘 감동했다”고 말했다.
교구 청소년 사목지침 ‘청소년은 미래 교회의 주인’이 말하듯 본당은 부모도 청소년 사목 안에서 소통하도록 도모하고 있다. 본당 청소년위원회가 2011년부터 부모교육을 강화하자 자모회가 활성화됐음은 물론이고, 아버지들의 모임도 활성화됐다. 어린이 복사단에 자녀를 둔 아버지들은 매주 토요일 자녀들과 함께 축구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본당 청소년위원장 이종복(대건안드레아)씨는 “부모가 먼저 변하지 않으면 청소년 사목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부모교육에 집중했다”면서 “특히 아버지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성과가 컸다”고 밝혔다.
이렇게 본당 청소년 사목에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은 이를 든든하게 지원하는 체계를 확립해 둔 덕분이다.
우선 본당의 청소년위원회는 매주 회의를 진행한다. 사제와 수도자 청소년위원회 간부, 초·중고등부·청년회의 분과장과 교감, 자모회장 등 본당 내 각 청소년 사목 책임자들은 각 단체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서로 공유하고 조언하며 지원 대책을 마련한다. 매주 만나다보니 서로 가깝게 느낄 뿐 아니라 단체 간 이해의 폭도 넓어졌다.
중고등부 교감 김정수(요한보스코·46)씨는 “매주 피드백이 있어 단체간 직접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많다”며 “청소년 사목의 전반적인 내용을 서로 알기 때문에 소통이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매뉴얼도 소통에 큰 도움이 됐다. 단체마다 구성원의 목표와 해야 할 일을 매뉴얼에 명확히 정리해 봉사자가 바뀌더라도 단체의 성격이 변하지 않았고 소통체계가 유지될 수 있었다.
이런 소통과 관심은 금전적 지원으로도 이어졌다. 본당은 해마다 실질적으로 운용되는 본당예산의 7% 가량을 청소년사목에 투자하고 있다.
이지성 보좌신부는 “우리 본당 청소년 사목은 모두가 모두에게 관심이 있어 청소년도 스스로 관심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많은 일을 해야 해 힘들지만 노력한 만큼 소중하게 되고 소통하게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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