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주님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하겠습니다
교구 성소국(국장 지철현 신부) 주관으로 열린 ‘예비 신학생 서약식’이 19일 오후 1시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열렸다. 이 서약식은 2005년 시작된 이래 올해로 10번째를 맞았다. 첫 서약식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예비 신학생들은 오는 12월 부제 서품식을 앞둔 예비 사목자로 성장했다.
이날 서약식에는 5개 대리구 750여 명의 예비 신학생이 참석했다. 성당 앞마당을 운동장처럼 뛰어다니던 학생들은 3층 대성전에 들어서자 완전히 달라진다. 개구쟁이의 탈을 벗고 진중한 표정으로 제대를 향해 다가간다. 특히 미사 전, 묵주기도를 바치기 위해 가방에서 자연스럽게 묵주를 꺼내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총대리 이성효 주교의 주례로 봉헌된 미사는 사제단과 부제들의 행렬로 시작됐다. 이 행렬에는 고등부 예비 신학생들이 함께했다. 초를 들고 사목자, 선배 신학생들과 발을 맞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학생들 얼굴에는 긴장한 빛이 역력하다.
서약식은 미사 중간에 진행됐다. 향주삼덕의 의미를 담은 ▲믿음 ▲희망 ▲사랑의 서약을 하고, 성실한 기도생활과 성경읽기, 성사 참여 등을 실천하기로 다짐했다. 이 시간만큼은 누구 하나 떠들거나 장난을 치지 않았다. 그들의 진지한 모습에서 서약식이 단순한 연중행사가 아니라 진심으로 주님과 소통하려 노력하는 자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일 년 동안의 예비 신학생 월모임에 1회 이하로 결석한 이들에게 서약배지가 전달됐다. 중등부 210명, 고등부 25명이었다. 서약식 참석 전체인원은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서약배지 수상자들은 오히려 늘었다.
이성효 주교를 비롯해 교구 사제단과 올해 사제품을 받는 부제들이 일일이 학생들 가슴에 배지를 달아줬다. 그리스어의 X와 P, 3단 하트 모양이 결합된 배지는 거룩한 십자가의 상처를 바라보며,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사랑으로 응답하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올해 마지막으로 서약에 임하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는 배지 대신 십자가 목걸이가 전달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학생들은 선배들과 교감하며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청소년 담당 사제가 되고 싶다는 이상헌(베네딕토·성남대리구 분당성마리아본당)군은 “서약식은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을 중간 점검하는 시간”이라며 “예신 모임을 하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예비 신학생들의 축제이자 갱신의 자리인 이날 서약식에는 신학생과 예비 신학생 가족, 본당 성소후원회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신학생들은 행사 진행을 맡는 것은 물론 영상편지와 축가로 후배들을 격려하고 축하했다.
차준호(안젤로) 신학생은 “제1회 예비 신학생 서약식 때 배지를 받았는데 이제 부제품을 받게 됐다”며 “제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이 자리가 예비 신학생들과 선배들이 서로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를 따라 오라
이성효 주교는 이날 미사에서 “서약식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을 준비하는 거룩한 예식이다”며 “하느님께 온전히 우리 몸과 마음을 내맡기며 참여하자는 의미에서 미사 중에 예식을 진행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교구 성소국은 매년 10월 예비 신학생 서약식을 진행해 왔다. 이 주교의 설명처럼 예비 신학생들이 성소의 소중함을 깨닫고 주님께 나아가는 여정을 재확인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더불어 신학생들에게는 하느님 사랑을 후배들에게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성소후원회 분과장과 예비 신학생 가족들에게는 지난 1년 간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끼는 시간이 된다.
성소국장 지철현 신부는 “오늘은 예비 신학생의 날이다”며 “아이들이 더욱 열심히 기도하며 성소의 꿈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사제들이 예비 신학생들 가슴에 일일이 서약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 고등부 예비신학생들이 서약식 미사를 집전하는 이성효 주교와 교구 사제단, 부제들과 함께 입당 예절을 하고 있다.
▲ 총대리 이성효 주교는 이날 교구의 꿈나무인 예비 신학생들을 포옹하며 격려했다.
■ 인터뷰 - 성소국장 지철현 신부
“사제 꿈꾸는 청소년 모여 성소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
“10회라고 해서 큰 의미를 두지는 않습니다. 다만 주님께 봉헌하는 서약의 의미를 예비 신학생들이 더욱 잘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교구 성소국장 지철현 신부는 ‘예비 신학생 서약식’이 사제를 꿈꾸는 중·고등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뜻 깊은 자리라고 설명했다.
성소국은 월 모임, 피정, 성소주일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지만 교구 예비 신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은 서약식이 유일하다. 그래서 이날을 ‘예비 신학생의 축제요, 갱신의 자리’라고 부른다. 거기에 신학생들이 행사 전체를 진행하고 있어, 선후배간에 자연스럽게 긴밀한 만남이 이뤄진다.
지 신부는 이렇듯 많은 의미를 갖고 있는 서약식에 예비 신학생들이 거룩한 마음으로 참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그는 신학생들과 오랜 시간 논의해 서약식을 준비한다.
서약식을 미사 전례의 일부로 봉헌하는 것은 물론 서품식과 마찬가지로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하느님과 예비 신학생들이 만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 지난해부터는 서약문을 향주삼덕인 믿음·희망·사랑을 담은 내용으로 수정했고, 올해는 고2 학생들에게 십자가를 선물했으며 서약식 10회를 맞아 배지 디자인도 새롭게 바꿨다. 모두 예비 신학생들이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성소를 되새기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취지에서 마련한 것이다.
“예비 신학생들이 하느님과 더 가까워지고 주님의 사랑을 느끼면 좋겠어요. 최근 중등부에서 고등부로 올라가면서 예비 신학생들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서약식이 신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고등부 학생들이 주님을 마음 깊이 체험하고 성소자로서 확신을 갖는 자리가 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