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제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기도했던 시절은 사법시험을 공부했던 기간이었습니다.
육군사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육사 졸업 후 3년 동안 야전에서 생활하면서 공부와는 관계없는 시간을 보냈던 저에게 군은 3년이라는 시간동안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합격해야 하는 소명을 부여했습니다.
사실 당시 저는 사법시험이 얼마나 어려운지, 경쟁률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 정보도 찾아보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당연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자만심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악조건 하에서도 부여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군인정신’으로 무장하고, 새벽미사를 시작으로 늦은 밤까지 초시계로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재가며 오직 공부에만 열중했습니다.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 혼자서 식사를 하고, 행여 분심이 생겨 공부에 집중할 수 없을 수 있다는 생각에 친구들과의 모임은 물론 전화통화도 잘 하지 않았습니다. 주일 오전 늦잠을 자는 것이 수험 기간 저에게 주어진 유일한 여유였습니다.
그렇게 3년을 혼신의 힘을 다해서 공부했지만 저에게 찾아 온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기도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는데 ‘왜 나에게 찾아 온 결과는 실패여야 하는지….’ 도저히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을 수도 없었으며, 과연 하느님은 공평하신 분인지, 나를 사랑하시기는 하는 것인지 수많은 원망이 찾아 들었습니다.
동기들은 차곡차곡 군에서 경력을 쌓아 성장하는데 제가 혼신의 힘을 다해 공부했던 그 기간이 제 인생의 오점이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속이 상하고 억울했습니다.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다’는 저의 신념은 흔들렸고, 그 힘든 수험생활을 다시 한다는 것이 너무 두려웠습니다. 하느님께 배신(?) 당했다는 생각에 간절한 기도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부대에서는 저에게 시험에 한 번 더 응시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고, 저는 ‘자만’이 아닌 ‘겸손’한 마음으로 다시 도전했습니다. 다시 도전하는 수험생활은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미련과 아쉬움이 남지 않게 해 주시기를 기도했고 감사하게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현역 여군 장교로는 최초의 사법시험 합격이었습니다.
하느님은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신념을 흔들어 놓은 쓰디 쓴 패배의 경험을 통해, 저에게 ‘결과’가 아닌 ‘과정’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비록 그날의 실패는 저에게 두려움을 알게 했지만, 성공과 실패가 반드시 결과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기에, 저는 오늘도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고 어떠한 결과든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기도합니다.
군복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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