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늦은 밤, 아강그리알 성당 근처에 위치한 ‘트리플에이’라는 의료서비스 NGO의 한 직원이 다급히 찾아왔습니다. 쉐벳에서 환자들을 위한 식량을 싣고 아강그리알로 오던 중에 차가 진흙 밭에 빠져버렸다는 소식을 전하며 간곡히 도움을 청해왔습니다.
오지의 숲 한가운데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들이 종종 발생하는데,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견인차도 없고 구조대나 정비요원도 없는 이곳에서는 차가 늪지대에 빠졌을 경우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서의 힘으로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오로지 늪에 빠진 차를 버려두고 어서 건기가 와서 늪이 마르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굵은 밧줄과 삽·도끼·조명 그리고 간단한 비상식량을 챙기고 밤길을 나서려는 찰나, 옷이 진흙범벅이 된 채 걸어오고 있는 조난 당한 차의 운전사와 승객들을 만났습니다. 차가 조난당한 곳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5km가량 떨어진)이어서 내일 구하러 가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20명의 건장한 청년들과 지프 한대, 그리고 트랙터가 차량구조에 나섰습니다.
오랜 경험에서 얻어진 노하우를 믿고 수월하게 진행되리라고 기대했던 구조작업은 점점 더 어렵게 되고 말았습니다. 견인을 시도하던 지프가 한쪽으로 기울며 진흙에 빠져버렸고, 뒤이어 제가 몰고 온 트랙터도 헛바퀴를 돌리며 가라앉아버리더니 더 이상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어처구니없게도 구조하러 왔다가 구조를 요청해야 할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루 종일 진흙 밭에서 고생했지만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고, 해가 저무는데 진흙에 나란히 빠진 차 3대를 보고 있자니 울고 싶은 심정인데도 웃음이 나왔습니다.
셋째날, 소식을 듣고 쉐벳에서 달려와 준 정 신부님을 만나니 힘이 불끈 솟아올랐습니다.
‘이제 기회는 한번뿐이다.’ 결연한 각오로 만반의 준비와 작전을 갖추고 현장으로 갔습니다. 함께 간 청년들이 힘을 쓸 수 있도록 라면 20개를 손수 끓여 먹였습니다.
부지런히 삽으로 빠진 차 주변의 진흙을 걷어내고, 새로 가져온 굵은 밧줄을 견인할 차량과 견인 작업을 도와줄 쉐벳 차량과 연결하고 나서 모두가 밧줄에 매달려 잡아당겼습니다. 영차, 영차.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잡아당겼더니 차 한 대가 조금씩 밧줄에 끌려나왔습니다. 뒤이어 차 두 대와 장정 열 명의 힘으로 나머지 차 한대가 빠져나오고, 마지막으로 차 3대와 장정 10명의 힘으로 트랙터가 무사히 진흙 구덩이에서 탈출했습니다.
사흘에 걸쳐 고생했기에 피곤하고 지쳐 있었지만, 도움을 청할 때 달려와 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너무도 감사해서 모두가 행복했던 순간이었습니다.
▲ 진흙에 빠진 차
※ 남수단과 잠비아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 수원교구 해외선교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
※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다음과 같은 봉사자를 찾습니다.
- 사회복지, 의료분야, 영어교육, 태권도교육 등
※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