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가톨릭영화제 가운데 ‘메이드 인 가톨릭’(Made in Catholic)은 유일한 비경쟁 단편부문이었다. 영화제는 11월 1일 오후 1시부터 성직자와 수도자, 신학생, 중고등부 복사단 등이 제작한 영화 8편을 상영했다. 영화 상영이 이뤄진 89분 동안 가톨릭 영성과 가깝게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해졌다. 아마추어 제작자인 가톨릭 구성원들은 영화제의 주제인 ‘관계의 회복’을 위해 대중에게 영화로 말을 걸고 있었다.
가톨릭 구성원이 만든 단편영화
‘메이드 인 가톨릭’은 가톨릭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놨다. ▲기도 손(감독 서울 길음동본당 윤용현) ▲눈물 젖은 빵(꼰벤뚜알 성 프란치스코수도회 이민우 신부) ▲백조의 꿈(성바오로딸수도회 서문희 수녀) ▲마중물(성바오로수도회 강병완 수사) ▲편지(성바오로딸수도회 노설아 수녀) ▲큰아들(성바오로딸수도회 배기선 수녀) ▲매듭(수원가톨릭대학교 김준호) ▲도시락(성바오로딸수도회 이영진 수녀) 순이었다.
관계의 회복을 위해서는 먼저 상처를 꺼내는 작업이 필요했다. 교회 안팎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갈등과 상처가 쏟아졌다.
몸이 아파 복사당번을 바꿔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거절한 복사단원들은 뒤늦게 마음이 켕기고(기도 손), 신학생은 본당 교리교사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한 여학생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갈등한다(매듭). 루카복음 15장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 등장하는 큰아들은 ‘방탕하게 살다가 돌아온 동생’을 환대한 아버지에게 화가 난다(큰아들). SNS를 통해 세월호 특별법 규정 촉구 집회를 주도한 한 사람은 SNS의 분위기와는 달리 실제로는 집회에 나서지 않은 사람들을 보며 실망한다(마중물).
가톨릭 구성원들은 영화를 제작하며 누구에게나 있음직한 상처와 갈등을 들췄다. 다양한 갈등과 상처를 통해 사람들에게 ‘가톨릭 영성이란 이것이다’, ‘복음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말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공감대를 찾고 신앙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비신자인 이소민(18)양은 “영화제에 참여하면서 종교영화를 찾아볼 정도로 가톨릭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며 “무엇보다 영화를 통해 따뜻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메이드 인 가톨릭’의 성과
비신자뿐 아니라 신자 또한 얻은 것이 크다. 영화가 갖는 ‘재미’를 통해 신자들도 또 다른 측면으로 가톨릭을 바라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김효지(제노베파·16·서울 돈암동본당)양은 “성당을 오래 다니면서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과 미사만이 전부라고 생각했었다”며 “때로는 무겁게 느껴지는 신앙이 영화제를 접하면서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아 좋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본당과 수도회 등은 가톨릭 영성을 담은 영상 제작을 위해 UCC를 제작하는 등의 크고 작은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이번 ‘메이드 인 가톨릭’은 가톨릭 구성원들이 저마다의 사도직을 수행하며 고민한 것들을 ‘단편영화’라는 형식으로 제작해 대중에게 상영했다는 점에 있어 의미가 크다.
애니메이션 제작 등 작품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배기선 수녀가 제작한 ‘큰아들’은 절지 애니메이션과 클레이메이션(점토로 만든 애니메이션)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조명을 받아 점토가 갈라지는 등 다른 영화보다 제작과정 중 어려움이 더 컸다. ‘큰아들’은 영화제 부집행위원장 민병훈 감독이 “장르가 확장된 느낌”이며 “완성도가 가장 높은 것 같다”라는 평을 전달하기도 했다.
민병훈 감독은 “가톨릭 구성원들이 어떠한 생각을 가졌으며 영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를 알 수 있었던 시간”이라며 “영화가 갖는 ‘보편성’이 가톨릭 복음화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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