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는 꼭 사제가 될 거예요.”
사제가 꿈이었던 성호는 끝내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세월호와 함께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세월호 참사 200일째 되는 날인 11월 1일 낮 12시30분 안산시 단원구 ‘세월호 참사 정부합동분향소’(이하 안산합동분향소) 앞마당에서는 단원고 2학년 5반 박성호(임마누엘·고2·수원교구 안산 선부동성가정본당)군을 위한 ‘성호성당’ 축복식이 거행됐다.
성호성당이 탄생하기까지
성호성당 건축을 기획한 사람은 세월호 유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자발적 시민모임 ‘세월호가족지원네트워크’의 장영승(51) 대표. 그는 세월호 희생자 박예슬양과 빈하용군의 전시를 기획한 서촌갤러리의 대표이기도 하다. 장 대표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모든 사람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며 “희생된 304명의 꿈을 담은 공간을 각각 마련하고, 304개의 집으로 구성된 하나의 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첫 번째로 ‘성호성당’을 짓게 됐다”고 말했다.
시작은 순탄치 못했다. 당장 성당을 짓는데 필요한 목재를 구할 수 없어 작업을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 뒤늦게 장 대표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본 최봉수(51) 목수가 자신의 목재를 선뜻 내놓으면서 “단순 전시조형물이 아닌 실제로 거주할 수 있는 집을 만들자”며 나서자, 전국에서 베테랑 목수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안산합동분향소로 모여들어 본격적으로 성당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최봉수 목수는 세월호 아이들의 꿈을 위한 집이라면 수백 채라도 지을 각오가 돼 있다.
“안산합동분향소의 외형은 배가 뒤집어진 형상이에요. 저에겐 그렇게 보였습니다. 그게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선실처럼 분향소 안에 아이들이 갇혀있는 것 같았거든요. 분향소에서 빨리 아이들을 끄집어내 아이들의 꿈을 위한 공간으로 데리고 나와야 합니다.”
성호의 성당
성호성당은 4.5평 남짓한 공간에 일반 가정의 기도방처럼 꾸며졌다. 십자고상, 성모상, 성수대가 놓여 있고, 유리창은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됐다. 지붕에는 성호가 다니던 선부동성가정성당의 형상에서 착안한 육각형 종탑이 솟아있다. 성호군의 어머니가 축복식 때 18번 타종하기로 했으나, 종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성사되지는 못했다.
선부동성가정본당 주임 인진교 신부의 주례로 거행된 축복식에는 사제, 수도자 등 30여 명이 함께했다. 인 신부는 “‘성호성당’은 본당이 아니라 기도하는 공간이고 성호의 꿈을 표현한 장소이므로 ‘성호의 성당’이라고 부르면 좋겠다”며 “성호성당을 통해 교회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을 잊지 않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대로 항상 연대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모든 이 감싸 안는 따뜻한 공간
신자 여부를 떠나 누구든지 성호성당을 방문해 기도할 수 있다. 세월호 아이들을 위해 기도할 수도 있고, 개인적인 지향에 따라 기도할 수도 있다. 심지어 경찰들이 매서운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바라는 성호성당은 모든 이를 감싸 안는 따뜻한 공간이다.
성호군의 어머니 정혜숙(체칠리아·46)씨는 “성호성당을 시작으로, 죽어가면서까지 질서를 지키며 어른들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던 세월호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꿈을 우리 사회 안으로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장 대표는 “이 성당은 한국에서 제일 작은 성당이자 제일 예쁜 성당”이라며 “또한 가장 슬픈 성당이자, 가장 성스럽고 희망 가득한 성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200일 - ‘가장 작고 가장 슬프고 가장 거룩한’ 성당
못다 이룬 사제의 꿈 담은 ‘성호성당’ 축복
안산합동분향소에 고 박성호군 유지 담아 마련
304명 희생자 기억하는 마을 조성 계획 첫 단계
최봉수 목수 등 전국서 자발적 봉사 참여로 성사
발행일2014-11-09 [제2918호, 6면]
▲ 세월호 참사 200일째 되는 날인 11월 1일 안산합동분향소 앞마당에서는 사제가 꿈이었던 박성호군을 위한 ‘성호성당’ 축복식이 거행됐다.
▲ 성호성당은 4.5평 남짓한 공간에 일반 가정의 기도방처럼 꾸며졌다. 십자고상, 성모상, 성수대가 놓여 있고, 유리창은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됐다.
전춘자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