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가난 때문에 미숙아로 태어난 저를 가족들은 눈물을 머금고 생매장했습니다. 다행히 이모님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살아나 6살이 되어서야 겨우 걸음마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11살부터 보디빌딩을 시작해 건강을 회복했고, 고려대학교 재학 중에는 ‘미스터 고려’에 선발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1971년 방송 MC로 데뷔해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로 지금까지 누구보다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제가 올해 70세입니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출강을 다니는 뽀빠이 이상용(헨리코)씨의 당찬 고백이 떨어지자 곳곳에서 탄성이 이어진다. 한국가톨릭독서아카데미(회장 김정동, 지도 김민수 신부)가 10월 23일 오후 8시 서울 불광동성당 대성전에서 개최한 ‘제26회 가톨릭독서콘서트’(이하 독서콘서트) 풍경이다.
‘인생은 아름다워라’를 주제로 열린 이번 독서콘서트에는 이씨의 신앙체험과 시련을 극복한 인생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인 300여 명 참석자들이 대성전을 가득 메웠다.
오프닝 연주회, 저자 강연, 저자와의 만남 순으로 진행된 이번 독서콘서트는 바쁜 하루의 번잡스러움과 찌든 일상을 깨끗이 씻어내는 치유의 현장이었다.
“박수 세 번 시작!”
국군위문공연의 대명사인 ‘우정의 무대’ MC로 널리 알려진 이씨는 단번에 청중의 분위기를 압도하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재치와 유머의 저변에 흐르는 그의 이야기는 시련을 극복한 인생경험이자 뜨거운 신앙고백이었다. 이씨가 특유의 입담으로 청중을 쥐락펴락할 때면 곳곳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지만, 분명 공허한 웃음만은 아니었다.
“이보다 기구한 인생이 있습니까? 그러니 제가 어찌 오늘을 아무렇게나 살 수 있겠습니까. 제가 잘 생기기를 했습니까? 저는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해도 하느님께 너무 감사하고, 아무 곳이나 쳐다보고 인사하고 싶을 정도로 고맙습니다.”
유머는 신앙고백으로 이어지고, 신앙고백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으로 돌아온다. “저는 믿습니다. 저를 여기에 쓰시기 위해 하느님께서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신앙체험을 기록으로 남긴 교부들과 성인들 덕분에 교회신앙의 유산을 이어받았다. 이제는 한 사람의 신앙체험이 책이라는 도구와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퍼져나가고, 그것이 목격되는 시대다. 독서콘서트는 교회 안의 독서문화 확장을 위해 다채로운 방법으로 신자들의 영적 목마름을 채워주고 있다.
아직 신자들이 독서콘서트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한 이윤경(소피아·목동본당)씨는 “스마트폰으로 알림문자가 오면 주변 이웃들에게 내용을 전달해 적극 권유하고 있다”며 독서콘서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변천순(카리타스·목동본당)씨는 “성당에 오면 왠지 딱딱한 느낌을 받는데, 독서콘서트에 오면 감성이 풍부해지는 느낌이다”며 “요즘 마음들이 다 딱딱해져있는데, 그럴 때일수록 더 와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말을 마치기 무섭게 이들은 신자 문화예술인 14인이 공동으로 저술한 「슈퍼스타-고통과 아픔을 기도로 극복한 문화예술인의 이야기」(이상용 외 13인 지음/가톨릭출판사/264쪽/1만 원)에 이상용씨의 친필서명을 받으러 쪼르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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