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성복동성마리아요셉본당(주임 유승우 신부)의 청년과 중고등부학생 10여 명이 지난 10월 말 서울 논현동 한 녹음실에 나타났다. 처음 와본 녹음실 환경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본격적인 녹음을 앞두고 목을 가다듬기도 하고 아이패드에 피아노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같은 파트끼리 목소리를 맞춰보기도 했다.
드디어 녹음실 입성. 잠깐의 긴장은 사라지고 세 달 전부터 매주 개인 시간을 쪼개어가며 연습한 성과가 빛을 발했다. 악보와 서로의 눈빛을 번갈아 쳐다보며 한 마디 한 마디 정성스럽게 불러나갔다. 호흡도 잘 맞았지만, 무엇보다 본당을 위해 자신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한마음 한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냈다.
이들이 녹음한 노래들은 11월 말에 있을 ‘새 성당 봉헌식’을 기념하며 제작되는 음반 ‘행복하여라!’(마태 5,7)에 수록된다. 중고등학생과 청년들에 앞서 본당 청소년단체위원회 소속 초등부 학생, 자부·자모회, 오케스트라단원 등이 이미 녹음을 마친 상태다.
이번 음반 작업은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김상균(라우렌시오) 음악감독을 비롯해 스태프까지 합하면 음반 제작에 참여한 인원만 80여 명이었다. 9~10월의 주말을 반납하고 꼬박 녹음실에서 지내야 했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청년 떼제 찬양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선경(마리아·26)씨는 “신기하고 평생 갖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된 것 같다”며 “부족했지만 우리 본당을 위해 청년들과 중고등부 학생들이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색다르면서도 즐거웠다”고 고백했다.
지난 4월부터 기획된 음반 ‘행복하여라’는 유승우 주임신부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여러 본당에서 성당 봉헌식을 준비하면서 영성운동과 신앙 실천을 펼쳤지만, 본당 구성원의 일원인 청소년과 청년들은 항상 소외되는 것을 목격했다. 유 신부는 성복동본당에서 만큼은 중년층 신자나 봉사자들만의 봉헌식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는 시간이 되길 바랐다.
유 신부는 본당 공동체를 하나로 묶을 매개체를 찾다가 고심 끝에 ‘음악’을 선택했다. ‘함께’한다는 취지에 따라 음반 준비 위원회를 구성하고, 본당 신자들이 사랑하는 생활성가와 묵상 연주곡, 떼제곡 등 12곡을 선정했다. 결국 본당 공동체의 의견이 이번 음반에 반영된 셈이다.
유승우 신부는 “청소년, 청년들이 직접 연주하고 노래한 음반 작업을 통해 신앙과 믿음 안에서 추억을 쌓고 또 미사 전례 안에서 자신이 가진 탈렌트를 주님께 봉헌하고자 하는 바람으로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본당은 오는 26일 오후 8시 새 성당 봉헌 기념 음악회를 연다. 이날 음악회는 기념 음반 ‘행복하여라!’ 작업에 참여한 이들이 직접 나서 수록곡들을 들려주는 쇼케이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이번 음반에 참여한 청소년, 청년들을 중심으로 사회복지 단체나 기관을 찾아가 음악 봉사활동도 추진할 계획이다.
유 신부는 “우리 공동체는 성직자나 일부 평신도 지도자가 이끌어 가는 공동체가 아닌 함께 가는 사목을 바라보고 나아갈 것”이라며 “앞으로 많이 듣고 함께하며 소통하고 참여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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