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범(사도요한·82)씨는 늘 등산복 차림이다. 등산화와 등산용 배낭, 지팡이까지 그의 몸에서 떨어지는 법이 없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를 걸어서 열두 바퀴나 종주한 그는 항상 어디론가 떠날 준비가 돼 있다.
“혼자 걷기여행을 하면, 웅장한 침묵 속에서 섬광과 같은 새로운 상상력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것이 제가 걷는 힘입니다.”
그는 2005년부터 전국 방방곡곡을 걸어 다녔다. 그간 걸어 다닌 거리가 총 3만km에 달한다. 그는 걸으면서 대한민국의 숨은 절경을 가까이에서 접했다. 석양이 질 때 물가에 내려가 발을 담그고 본 광경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큰 감동을 줬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가슴 깊이 새겨진 것은 순박하고 인정 많은 우리네 이웃들의 모습이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걷는 그를 보고 먹을거리와 옷가지, 잠자리는 물론 돈까지 흔쾌히 내주는 이웃들이 있었다. 처음 보는 이에게 나눠주는 수많은 것들 중에서도 남씨는 ‘삶의 이야기’가 단연 최고였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게 됐어요. 저는 이렇게 전국에서 들은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책을 집필할 생각입니다. 제 책이 우리 국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요.”
남씨는 전국의 이웃들에게 받은 만큼 선행을 베풀었다. 서울대 의과대학과의 오랜 인연으로, 의료 혜택이 필요한 이들에게 각 과의 선임교수들을 연결해줬다. 그렇게 그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1500~2000명이다.
대한민국을 완벽하게 완주하는 것이 최종 목표인 남씨는 특별한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3월부터 5개월 동안 전국 성지 111곳을 도보로 순례할 계획이다.
“8월에 방한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보고 결심했어요. 힘없는 사람과 상처 받은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함께하신 교황님의 모습은 저를 되돌아보게 했어요. 저에게 믿음이 겨자씨 만큼만 있더라도 실천 못할 일이 없겠더라고요.”
그는 서울 혜화동 서울대교구 신학교에서 출발해 최종 종착지인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까지 3000km가 넘는 길을 약 5개월 동안 걸어서 종주할 계획이다.
“녹록치 않은 여정이 될 겁니다. 그러나 각오가 돼 있습니다. 걸음걸음마다 순교자들의 사랑을 배우고, 그들이 소망했던 하느님 정의가 살아 움직이기를 기도할 겁니다.”
지난 11월 6일, 남씨는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회의가 열린 수원엠마우스에서 위원장 옥현진 주교를 만나 안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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