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톨릭학술상’ 시상식은 가톨릭 학술 연구의 중요성을 교회 안팎에 알리고, 한국교회의 학문적 성과를 돌아보는 장으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
11월 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제18회 시상식에는 교회 학문 관계자들과 학자들이 다수 참가해 수상자들에게 축하인사를 전하고 가톨릭학술상 제정·운영의 의미를 환기했다.
시상식은 가톨릭학술상 운영위원장인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기수 신부 인사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격려사, 후원사인 유도그룹 유영희 회장의 축사에 이어 경과보고와 심사평, 본상·연구상·번역상 시상식 등으로 진행됐다.
◎… 가톨릭학술상 운영위원 겸 올해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한 심상태 몬시뇰은 심사평을 통해 “각 수상작들은 교회 발전에 기여할 역작일 뿐 아니라, 각 분야 교회 구성원들이 펼쳐 나갈 실천사항들도 정연한 논리와 명쾌한 권고로 펼쳐내고 있다”고 역설했다. 특히 심 몬시뇰은 “경제 제일주의가 전 지구촌에 짙게 드리운 시점에서 재정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교회언론이 가톨릭학술상을 제정했을 뿐 아니라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시상식을 마련했으며, 유도그룹 또한 후원사로서 교회 학술 진흥을 위해 희생적으로 참여해주시는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 아울러 조환길 대주교(대구대교구장)는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의 학문적인 성과는 주님을 세상에 전하는 몫을 다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 자리는 수상자들을 축하할 뿐 아니라 올 한 해 한국교회가 이룬 학문적 성과를 돌아보며 그 뜻을 함께 기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전했다. 조 대주교는 또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평생을 교회 학술 발전에 기여한 분들의 노고와 그 고귀한 뜻에 감사드린다”며 “그분들이 뿌린 씨앗은 앞으로 교회 전체를 살찌우는 열매로 더욱 더 큰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 가톨릭학술상 후원사인 (주)유도그룹 유영희 회장은 축사를 통해 “가톨릭학술상이야말로 오늘날 우리 가톨릭 학술 발전에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은 너무나 명확한 일”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유 회장은 “가톨릭 학문의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은 장려되어야 한다”며 “이런 학문적 발전의 토대를 통해 점점 복잡해져 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우리 교회가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 또한 점진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한편 올해 가톨릭학술상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정태현 신부(한님성서연구소 소장)는 “가톨릭학술상은 평신도와 성직·수도자 구분 없이 학문적 성과를 평가하고, 연구 등을 독려하는 매개로서 더욱 가치가 높다”고 전하고 “특히 올해 본상과 연구상 수상작들이 밝힌 내용들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특별히 강조하신 말씀들과 일맥상통, ‘사회교리’가 교회의 귀한 보물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 신부는 “한국교회 전체를 들여다볼 때 학술적 관심과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특별히 평신도 학자들의 양성과 등용에 보다 실질적인 지원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가톨릭신문사 사장 이기수 신부(오른쪽)가 본상을 수상한 강인철 교수에게 상패를 전달하고 있다.
▲ 가톨릭학술상 운영위원 겸 올해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한 심상태 몬시뇰이 심사평을 전하고 있다.
▲ 가톨릭학술상 후원사인 (주)유도그룹의 유영희 회장을 대리해 김승수 전무가 연구상 수상자 송창현 신부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 수상 소감
- 본상 강인철 교수
“교회의 바람직한 역할 모색에 도움되길”
이번 상은 저를 포함해 한국 가톨릭교회를 사회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해온, 그리고 앞으로 연구하게 될 많은 이들에게 크나큰 격려와 자극이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저것 한눈 팔지 말고 계속 연구에 정진하라는 당부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이 책의 집필은 오래 전 노길명 교수님(고려대 명예교수)의 제안을 계기로 시작했습니다.
저는 2002년 노 교수님의 권고로 한국종교학회 특별 심포지엄에서 ‘민주화 과정과 종교:1980년대 이후의 한국 종교와 정치’라는 제목의 발표를 했는데, 그 당시에도 이 논문을 대폭 확대해 같은 주제의 단행본으로 발전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노 교수님께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 책이 한국의 종교지형 안에서 가톨릭교회의 적절한 위상을 정립하는데,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교회의 바람직한 공적 역할을 모색해나가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 연구상 송창현 신부
“가난한 민중 곁에서 정의 위해 노력”
이 연구상은 제가 연구를 잘 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앞으로 연구를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라고 생각합니다.
‘임께서 허락하신 힘자라는 데까지 임을 두고 나는 물었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씀입니다. 저는 이 말씀이 너무 좋아 사제서품 성구로 정해 삶의 좌우명으로 삼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공부하고 또 가르치면서 거듭거듭 자문해 봅니다.
‘임을 두고 묻는 설렘을 나는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가?’
이 연구상은 임을 두고 묻고 또 묻는 그 가슴 벅찬 설렘으로의 초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에 연구상을 주신 책의 헌사에 저는 이렇게 썼습니다.
“가난한 민중의 현장에서 사회 정의와 생태 정의를 위해 투신하는 평화의 일꾼들과 더불어.”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사제로서, 그리고 성경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번역상 이재룡 신부
“좋은 저자의 훌륭한 번역서 더 많아지길”
여러 모로 모자라는 면이 많은데도 저에게 이 상을 주신 것은, 지난 20년 동안 20여 권의 책을 부족하나마 번역했던 수고를 가상히 여기신 것으로 알고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가톨릭학술상 번역상이 3년 전 새로 제정된 것을 진심으로 반기며 감사드립니다. 저는 창의적인 학문연구와 토착화 작업이 보다 왕성하고 활발히 펼쳐져야 한다는데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서양 학문 수용의 역사가 상당히 짧은 우리나라의 학문 현실에서, 아직도 한참 더 좋은 작품들에 대한 좋은 번역서들이 계속 출간돼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저자들의 훌륭한 책들이 많이 번역되어 나오길 기대합니다.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누누이 지적하시는 것처럼 물질주의와 개인주의를 절대 가치처럼 내세우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자유에 관한 올바른 훈육을 통해, 최상의 가치들을 구현함으로써 우리 안에 새겨져 있는 하느님의 모상이 완전히 실현될 수 있는 날을 꿈꾸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