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마음이 지쳐 몸서리 칠 때가 있었습니다. 무엇도 하기 싫고(무기력), 내가 누구인지 느낌마저 없을 때(무감각)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이 직무유기(무책임)라는 것조차 인정하지 않았던 바로 그때, 저는 벗들을 만났습니다.
청소년사목의 마당에 목숨을 걸고 헌신하고자 하는 벗들의 공동체, 이름하여 ‘사서고생’팀입니다. 저희끼리는 가끔 술 한 잔 기울이고 이야기 하곤 합니다. 우리를 보고 ‘사서고생’이라 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직무유기’라고.
사서고생 vs 직무유기. 어찌 보면 엄청난 차이가 있는 말이면서, 어찌 보면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이야기. 그러나 우리 눈에는 모호하지만 하느님의 선하심과 진실함 안에서는 분명하게 드러나는 날카로운 삶의 두 자리.
무엇을 보고 사서고생이라 할까요? 굳이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될 것을, 내어 달리고 뛰는 모습들이 사람들 눈에는 그리 보이는가 봅니다. 반대로 무엇을 보고 직무유기라 할까요? 자신의 몫을 벗어날 때, 의도적이거나 무의식적이든 그 몫을 외면할 때는 사람들 눈에는 그리 보이는가 봅니다.
사서고생 팀 사제들은 하나같이 웃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보면 참 웃긴 생활들을 하고, 피곤하게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난 그렇게 못살아.” 그런데 공통점이 있습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기에, 서로가 다름은 풍요로움이요 서로의 삶은 당연지사 걷고 있는 또 다른 나입니다.
사서고생 팀 사제들을 바라보면서, 청소년사목에 몸을 담고 있는 거시기 그룹의 거시기 형제님이 신부님들이 ‘사서고생’이면, 우리는 ‘맨땅에 헤딩’입니다. 참으로 웃기지만, 말할 나위 없이 공감이 된다는 싸인(Sign)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참으로 묘하게 그 역사를 펼쳐주십니다. 도망가고 싶을 때는 다시 돌아오게 하시고, 찾았다 싶을 때는 헤메게 만드십니다. 멈추고 있을 때는 움직이게 하시고, 교만에 빠져 있을 때는 여지없이 후려쳐 주십니다.
서로가 다름으로, 같은 채찍질이라도 거북이는 멈추게 하지만 말은 뛰게 합니다. 서로 다른 사제들이 만나 같음을 향해 나아가는 투박한 공동체 ‘사서고생’. 현재 한 달에 한번, 48차 모임을 갖고 있는 우리는, 올해 11월 24~25일 ‘청소년강학회’라는 이름으로 그 사랑과 열정, 그 진실함을 세상에 드러내려고 합니다. 기대하십시오. 사서고생의 원조, 예수님의 길을 걷는 사제들의 향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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