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시대에는 상업적 영상물이 청소년들에게 성관계를 장난스러운 놀이처럼 각인시켰다. 따라서 젊은 세대는 성을 쾌락의 도구로만 여기는 무의식적 경향성이 상당히 강하다. 문화를 통한 암묵적 교육으로서의 강력한 성교육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것이다.
‘성교육에 관한 교황청 가톨릭 교육성 지침’(1983)은 상업적 영상물의 위험성을 정확하게 지적했다. 미디어가 암묵적인 성교육을 청소년들에게 시키고 있으며, 영상 문법에 능통한 젊은 세대일수록 제작자가 이미지 안에 감추어 놓은 메시지를 빠르게 인식하고 있음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상업적 영상물이 어린이들에게 왜곡된 성교육을 시키는 현 사회의 특성을 고려하면, 미디어가 전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그것을 비판적으로 수용·해석하고 자신의 주체적인 의견을 형성하여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라고 한다. ‘성교육에 관한 교황청 가톨릭 교육성 지침’은 매스미디어가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는 현대 사회의 특성과 젊은 세대의 성의식과 윤리관이 깊은 연관 관계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미지 밑에 정교하게 깔려 있는 의미를 읽어낼 능력을 갖추어야만 기만당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러한 통찰은 이미 구약 성경에서부터 명확하게 할 수 있다.
“너는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든, 아래로 땅 위에 있는 것이든, 땅 아래로 물속에 있는 것이든 어떤 형상으로도 신상을 만들어서 안 된다.”(신명 5:8)
영상물 시대에는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식별력 교육이 성교육에서 절실하게 필요하다. 무의식적으로 TV에 노출될 때, 우리는 하느님이 아닌 다른 가르침에 이끌리게 되고 실천적으로는 우상을 숭배하면서 그 사실을 인식조차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생명을 돌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사랑과 신뢰이다. 사랑과 신뢰 안에서만 성의 본질인 생명이 탄생하고 자라날 수 있기 때문이다. 쾌락은 그 사랑과 신뢰의 길을 가는 과정에서 얻는 부산물이다. 생명을 탄생시키고 돌보고 키워야 하는 두 남녀에게 자연이 주는 선물인 셈이다.
성에 대한 쾌락의 프레임을 잘 들여다보면 매우 중요한 사실 하나가 간과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생명에 대한 남성의 책임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교회가 밀고가야 하는 대안은 미혼부 책임 법안의 제정이다. 이는 남녀가 함께 만든 생명에 대해 남자에게 아버지 역할을 하라는 사회적 명령이다.
교육자가 미혼부 책임 법안을 공론화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면 성에 대한 쾌락의 프레임에 금이 가면서, 생명과 책임의 장이 새롭게 열린다. 이는 생명수호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자의 사명이면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기 때문에 보편적 법의 정신과도 상통한다. 미혼부 책임법은 교육자가 사회와 교육 현장에 설계해야 하는 생명에 대한 책임 프레임이며, 불의한 세상과 싸워서 얻어내야 하는 생명을 위한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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