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의 성격을 규정짓는 많은 표현 중 하나가 ‘상담이 필요한 사회’다. 현대인들은 과거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급격한 변화와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산다. 그만큼 과거에 비해 혼자서는 해결하기 힘든 고민과 갈등이 증가한 것도 당연한 현실이다.
인천 부개동본당(주임 호인수 신부)은 2년 전부터 ‘인생상담’을 본당 교리실에서 시행하고 있다. 일부 본당에서 ‘신앙상담’이라는 이름으로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례는 눈에 띄지만 인생상담은 찾아보기 드물다.
호인수 신부는 신앙인이라고 해서 신앙에 관한 고민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서 시야를 넓혀 인생 전반에 대한 상담이 가능하도록 인생상담을 사목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상담 신청자는 부개동본당뿐만 아니라 인근 본당 신자들까지 제한이 없고 소문을 듣고 인생상담을 알게 된 비신자들도 상담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상담자는 호인수 신부가 아니다. 호 신부의 신학교 동기로 독일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귀국해 상담심리학을 연구한 강순건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가 매월 첫째 주 목요일 오후 2~6시 상담자 역할을 맡는다. 호 신부는 이에 대해 “얼굴이 안 보이는 고해성사도 부담스러워 하는 신자들은 본당 사제가 상담자로 나서면 더 큰 부담을 느낀다”며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야 신자들이 터놓고 편안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순건 신부는 대구대교구 성김대건본당과 복자본당에서도 5년째 상담을 하고 있지만 “과거 대구 대명본당 주임신부로서 상담을 해 보니 신자들이 어려워했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부개동본당 인생상담의 특징은 ‘원 포인트 상담’이라는 점이다. 한 번의 상담으로 문제의 해결을 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상담 신청자(내담자) 한 명당 한 시간의 충분한 상담 시간이 주어지고 내담자는 미리 예약을 통해 상담에 임할 차분한 준비를 한다. 강 신부는 “상담이 시작될 때, 불안하고 긴장된 표정을 보이던 내담자들이 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얼굴이 평온하게 달라져 있는 모습을 자주 본다”고 상담 효과를 설명했다.
부개동본당 인생상담의 가장 큰 특징은 ‘정신과 상담’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 ‘홍정신과의원’ 홍상의(레오·43·인천 제물포본당) 원장이 봉사하고 있다. 강 신부가 신앙상담 후 정신과 상담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내담자를 홍 원장에게 연계시켜 준다. 강 신부는 “전국에서 인생상담과 정신과 상담을 동시에 시행하는 본당은 부개동본당이 유일한 것으로 아는데 많은 본당으로 확산되기를 희망한다”며 “천주교 성당에서 이뤄지는 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확실한 신뢰가 확보된다는 점에서 외부 상담기관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홍 원장은 “정신과 상담의 문턱이 높은 현실에서 의사인 제가 ‘을’의 입장인 낮은 자세로 내담자들을 만나고 있고 상담 결과를 통해 본당 사목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문의 032-504-1011 인천 부개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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