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은 스스로 방어하고 제어할 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모든 문제는 부모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듯이, 문제를 가진 청소년들이라 하더라도 그 청소년들의 존재 자체에서 시작된 문제라기보다는 외부의 영향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자신의 의지 역시 큰 부분이긴 합니다. 청소년들은 믿어주면 믿어줄수록 크는 나무와 같았습니다.
청소년들로부터 오는 방어기제의 모습에 안쓰러움도 있지만, 때론 당혹합니다. 그리고 자주 인내의 한계를 만나게 합니다. “어떻게 이러한 반응이 오지? 어떻게 내게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청소년사목의 현장에서 자주 경험하게 되는 이러한 모습에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15년차 사제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청소년들의 방어기제 속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숨어 있고, 그 안에서 그 소리를 찾아내는 것은 우리 사목자들의 몫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습에서 청소년들은 저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한없이 자신감 넘치고, 교만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을 때, 청소년들로부터 날라 온 방어기제, ‘원투펀치’는 너무나 강력했습니다. 권투선수가 강력한 원투펀치를 맞고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는 것처럼, 저에게도 청소년들의 원투펀치에 5년 정도의 공황상태가 있었습니다.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던 그 때, 청소년들에게 다가서는 나름대로의 노력에 취해 만족하며 최선을 다했다고 느끼던 그 때, 그 누구보다도 청소년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내심 자만하고 있었던 그 때, 너희들이 뛰면 나는 날아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넘어서 은근히 무시를 하고 있었던 그 때, 청소년들은 원투펀치를 날렸습니다. 그 원투펀치는 바로 “애쓴다~!!!”와 “좋댄다~!!!”였습니다.
아주 멋지고 이쁜 청소년들로부터 무시무시하고 시크한 청소년들까지 다양하게 만나다 보니, 설레임과 동시에 맷집도 생겼습니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날리는 펀치는 늘 예상할 수 없었고, 반응속도가 조금이라도 느리면 여지없이 카운터 펀치를 날렸습니다. “애쓴다~!!!”에 “그래 애쓴다”, “좋댄다~!!!”에 “그래 좋다”하고 말하기엔 아직 마지막 자존심이란 놈이 허락하지는 않나 봅니다.
예수님은 참으로 우리를 위해 끊임없이 애쓰셨던 분이셨습니다. 우리의 몸짓 하나에 참으로 좋아하던 분이셨습니다. 예수님이 그러하시거늘 그놈의 자존심이 뭐길래. 오늘도 참 많이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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