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역 서편 구석에 있는 ‘요셉의원’을 가노라면 그 주변으로는 노숙자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아침부터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있다. 숱한 사연들이 그들에게 있겠지만 그들을 우리 이웃으로 다시 불러드릴 수는 없을까? 길에서 자고, 밥차에서 주는 끼니로 연명을 하지만 누가 그들을 눈여겨보아줄까. 그나마 요셉의원이 그들을 무료진료하며 천주교의 체면을 살리고 있다.
노숙자들과 이야기해보면 닫힌 마음에서 아무런 희망도 의욕도 읽을 수 없고, 특히 자신을 존경하는 자존감이 없다. 안 해본 일이 없다는 푸념 속에서 진한 외로움과 모든 것을 포기한 낙오자의 허무만을 쏟아낼 뿐이다.
요셉의원, 안산성빈센트의원, 라파엘클리닉(이주노동자) 등이 그들에게는 그 나마 작은 위안이요 쉼터이며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는 곳이다. 후원금이랍시고 작은 봉투를 들고 요셉의원(www.josephclinic.org)을 갈 때마다 자원봉사하시는 수많은 천사들이 일하는 천국을 보고는 나의 손이 부끄러워 오그라드는 느낌이다.
교구 내 모 성당을 가보니 규모가 하늘을 찌르는 듯 했다. 하지만 그 큰 성당에 노숙자를 위한 공간은 단 한 평도 없었다. 갈라져나간 형제라는 개신교는 어떨까? 세계 10대 대형 교회 중 7개가 한국에 있다고 한다. 더구나 수많은 지역별 지점까지 거느린 백화점이 됐지만 그 많은 교회에 노숙자들을 위한 공간은 본 일이 없다.
성당의 한 구석이라도 노숙자들의 쉼터로 개방해 주자고 말하는 총회장도, 사제도, 수도자도 본 일이 없다. 전국의 모든 성당에서 다만 지하실의 한 구석이라도 내어줄 수 있다면 하늘을 이불 삼아 자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우리들의 식탁에서 대접해주고 용기를 준다면 다시 사람답게 살아보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우리들의 하루를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고 정말 우리들을 원하시는 곳에 깊이 스며들어 불우한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자. 하느님이 거기 계신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디에서 하느님을 찾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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